
"마라톤 대회가 많아지면서 실력이 좋은 주자들도 늘어났어요. 선두권 주자들 사이의 경쟁이 과열되고, 중위권 참가자들도 선두권 주자들을 따라잡으려 무리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에요."
4년차 마라토너이자 1년차 '레이스 패트롤'인 박일환씨(51)는 최근 마라톤 대회에서 잇따르는 사고의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레이스 패트롤은 구급약품을 휴대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달리며 다친 주자를 살피고 응급처치하는 자원봉사자다. 박씨는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이수하고 레이스 패트롤 봉사자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가 탈진해 쓰러지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록 단축에 집착하기보다 건강한 달리기 본연의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11일 열린 '서울달리기' 하프코스에서 러닝 인플루언서인 20대 여성이 결승선을 약 500m 앞두고 쓰러져 숨졌다. 엿새 뒤인 지난 17일에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0대 여성 참가자가 고열 등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GO대관령트레일런'에서는 40대 남성이, 2024년 9월 '춘천스카이레이스'에서는 또 다른 40대 남성이 각각 쓰러져 숨졌다.
마라톤 일정 사이트인 '마라톤온라인'에 등록된 국내 대회는 △2023년 254건 △2024년 394건 △2025년 530건 △2026년(10월 기준) 605건으로 3년 사이 2.4배 많아졌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포츠안전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라톤 대회당 평균 참가 인원은 2023년 1561명에서 올해(1~9월) 2675명으로 71.4% 증가했다. 마라톤 대회에서 일어난 사고는 2023년 37건에서 지난해 104건으로 늘었다.
베테랑 러너들은 결승선 직전을 가장 위험한 구간으로 꼽는다. 박씨는 "자기 능력의 90~95% 수준으로 뛰다가도 결승선이 얼마 남지 않으면 100~110%까지 속도를 끌어올리기 일쑤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호흡이 가빠도 막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안전재단이 지난 8월 발행한 '마라톤 안전관리 매뉴얼'은 결승 지점에 구급차 2대 이상을 배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결승 지점에서 심정지 등 위급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막판 스퍼트(전력 질주)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프로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가 기록에 욕심을 부리면 위험하다. 충분한 훈련 없이 무리하게 기록을 경신하려 하면 반드시 몸에 무리가 간다"고 지적했다.
출발선도 조심해야 한다. 스포츠안전재단 매뉴얼을 보면 출발선·결승선·급수대처럼 사람이 몰리는 구간에서는 인파 밀집 사고 위험이 크다. 박씨는 "군중 심리에 휩쓸려 평소 페이스보다 빠르게 달리다가 다른 참가자들과 뒤엉켜 넘어지는 사고가 잦다"고 전했다.
레이스 후반부에는 열탈진과 열사병 등 온열질환 위험이 커진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봄·가을에도 기온이 오르는 날 무리하게 달리면 체내 열이 충분히 발산되지 않아 심부 체온이 상승하고 열사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가족력을 포함해 평소 몸 상태를 잘 파악해둬야 한다. 김성근 의사협회 대변인은 "평소보다 숨이 차거나 가슴 두근거림이 심해지면 달리기 강도를 낮춰야 한다. 젊다고 안심하지 말고 부모를 비롯한 직계가족 중에 심장 질환이나 고혈압을 앓은 사람이 있는지 알아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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