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수입물가 상승 압력은 줄었지만, 해외주식 투자자는 환차손을, 수출기업은 수익성 악화 부담을 안게 됐다. 사진은 2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된 모습./뉴스1


원화 가치가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수입물가 부담은 줄었지만 해외주식 투자자와 수출기업은 환율 하락에 따른 부담을 떠안게 됐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한때 1325원대까지 내린 뒤 1320원대 후반에서 거래됐다. 지난 19일에는 1330.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쳐 2024년 10월2일(1319.3원)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 6월30일(1549.4원)보다 14.1% 내린 수준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기업의 달러 매도와 외국인의 달러 선물 매도가 원화 강세를 이끈다"고 분석했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는 기조 하에서 원화 강세가 당분간 좀 지속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3일(현지시각) IMF 연차총회에서 "일정 부분 더 절상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는 국제유가 급등 충격을 일부 흡수했다. 한은 통계를 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계약통화 기준으로 전월보다 4.9% 올랐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1.7% 오르는 데 그쳤다. 이영화 BNK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강세가 수입물가 상승분의 약 3분의2를 흡수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도 "(환율이) 떨어진 부분이 유가 상승 효과의 대략적으로 한 절반 정도는 상쇄하는 측면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말에 산 미국 주식은 달러 기준으로 10% 올라도 원화로는 약 5.6% 손실이다. 김 연구원은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평가 환차손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연말까지 환율이 더 내릴 가능성이 커 환차손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수출기업은 달러로 받은 대금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든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6조9640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5.6% 낮아졌다. 김 연구위원은 "반도체 산업 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는 수출도 잘 되고 있고 괜찮기 때문에 좀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제조업은 채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오건영 신한은행 패스파인더 단장은 "환율이 하락했었을 때는 다른 나라 국가의 통화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가 10% 절상돼도 경쟁국 통화가 함께 오르면 타격이 크지 않지만 원화만 오르면 수출이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