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관광객은 광화문에서 사진을 찍고 성수에서 카드를 긁는다. 올해 들어 외국인의 성수 카드 결제액이 광화문에서의 결제규모를 넘어섰다. 외국인이 즐겨 찾는 서울 주요 지역 가운데 외국인 소비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곳도 성수다. 성수를 필두로 서울 전역에서 외국인 결제가 크게 늘면서 카드업계 실적도 함께 좋아졌다.
동행미디어 시대가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의 자치구별 외국인 방문자 수와 카드 소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광화문·경복궁이 있는 종로구를 찾은 외국인은 999만명으로 성수동이 있는 성동구(455만명)의 두 배가 넘었다. 카드 결제액은 성동구(4613억원)가 종로구(4572억원)보다 많았다. 방문 1회당 결제액은 성동구가 10만1000원으로 종로구(4만6000원)의 2.2배다.
차이는 돈을 쓰는 방식에서 갈렸다. 광화문 일대의 대표 관광지인 고궁은 관람료가 2005년부터 3000원이고 한복을 입으면 무료다. 최근 1년 종로구 외국인 결제도 식음료와 숙박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고 쇼핑은 37%에 그쳤다. 성동구에서의 소비 양상은 달랐다. 외국인 카드 결제의 70% 가까이가 쇼핑에서 이뤄졌고 그 중 90%는 쇼핑몰이 아닌 골목 상점에서였다.
성수의 약진은 2년 사이 나타난 흐름이다. 외국인 관광이 코로나19 이후 되살아나기 시작한 2023년만 해도 종로구 결제액(2519억원)은 성동구(887억원)의 2.8배였다. 성동구 결제액은 지난해 3408억원으로 2년간 284% 늘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8개 자치구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2위는 피부과·성형외과 결제가 몰린 서초구(149%)였고, 나머지 대다수 지역은 서울 전체 평균 증가율(77%) 수준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올해 2분기 외래관광객조사에서 '가장 좋았던 방문지'로 성수동을 꼽은 응답은 9.6%로 명동에 이어 2위였다. 1년 전 2위였던 경복궁은 8.4%에서 6.4%로 내려가 3위가 됐다. 같은 조사에서 방한 중 고궁·역사유적지를 찾았다는 응답은 2019년 45.3%에서 지난해 35.3%로 줄었다. 반면 맛집을 찾아다니는 식도락 관광은 76.8%에서 81.6%로 늘어 쇼핑을 제치고 1위 활동이 됐다.
서울 전체로 봐도 외국인 관광객이 쓰는 돈이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 외국인 카드 결제액은 2023년 4조6907억원에서 지난해 8조3082억원으로 77% 늘었다. 외국인 방문객 증가율(40%)의 두 배에 가까웠다. 방문 한 번에 쓰는 돈도 13만9000원에서 17만5000원으로 늘었다. 더 많이 왔을 뿐 아니라 한 번 올 때 더 많이 썼다는 얘기다.
카드업계도 덕을 보고 있다. 외국인이 자국 카드로 결제한 돈은 국내 카드사가 매입해 가맹점 수수료를 받는다. 올 상반기 전업 카드사 8곳의 해외 발급 카드 국내 결제·인출액은 12조538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원 넘게 늘었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1963억원 늘었고 상반기 순이익도 1조2934억원으로 5.6% 증가했다. 지난해 수수료율 인하로 줄었던 실적이 반등했다.
외국인을 위한 결제 편의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면세점 중심에서 의료·뷰티와 식음료, 체험 분야로 넓어지며 다양한 결제방식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관광객이 익숙한 결제수단을 국내 가맹점에서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결제 접점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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