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원료의약품 국산화를 위한 약가 우대 정책에 실효성을 지적하며 인정 범위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원료의약품 직접 생산 품목에 대한 약가 우대를 확대했지만 현행 기준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원료 생산을 전문 계열사에 맡기는 산업 구조를 제도가 반영하지 못하면서 국산 원료 사용 확대라는 정책 취지가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원료의약품 직접생산 인정 범위를 계열사 생산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원료와 완제의약품 생산을 분리해 운영하는 기업들이 현행 기준상 약가 우대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국산 원료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 유인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네릭 의약품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대신 원료의약품을 직접 생산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최대 68% 수준의 약가를 인정하고 적용 대상을 기존 등재 품목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문제는 직접생산 인정 기준이다. 현행 제도는 완제의약품 품목허가권자가 자사 제조소에서 원료를 직접 합성한 경우에만 직접생산으로 인정한다. 계열사가 생산한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업계는 이 같은 기준이 현재의 산업 구조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원료의약품 생산에는 전문 설비와 별도 투자, 품질관리 체계가 필요해 다수 기업이 원료 생산을 전문 자회사에 맡기고 있어서다.



유한양행(유한화학), 대웅제약(대웅바이오), 종근당(경보제약), 한미약품(한미정밀화학) 등은 원료의약품 생산을 전문 계열사에 맡기고 있다. 계열사 생산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직접생산으로 인정받지 못해 약가 우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원료 생산을 장려하면서 생산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계열사의 생산 능력과 투자 실적 등을 반영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료 생산시설을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는 것은 전문성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택"이라며 "약가 우대를 받기 위해 생산시설 통합이나 인수합병에 나설 경우 불필요한 비용과 행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료의약품 국산화는 의약품 공급망 안정과 직결된다. 지난해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액은 4조34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고 금액 기준 자급도는 27.9%에 그쳤다. 해외 원료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현행 기준상 직접생산 인정 범위가 완제의약품 허가권자의 제조소로 제한돼 있어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홍승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민관협의체와 관계기관 논의를 통해 제도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인정 범위 확대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영향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