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 전시된 AI 스마트안경. 작은 카메라 렌즈가 안경테 사이로 살짝 드러나보인다./뉴스1


"요즘 애들 절반이 안경을 쓰는데, 감독관이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요?"

수도권 소재 고등학교에서 30년 넘게 교편을 잡은 한 교사의 말이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한 달 앞두고 교육부가 AI 기반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 식별을 시험감독관 판단에만 맡기자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2027학년도 수능 주요 상황별 대처요령'을 학교 현장에 배포했다. 대처요령에 따르면 감독관은 시험 전 스마트안경 착용이 의심되면 수험생에게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놓도록 '정중하게' 요청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부정행위로 처리될 수 있다고 안내해야 한다.

또 시험 도중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의심되더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제지하지 말고, 시험이 끝난 뒤 문답지를 회수한 이후 확인하도록 했다. 감독관은 사전에 배포된 동영상 등을 참고해 스마트안경을 가려내고, 판단이 어려우면 금속탐지기를 소지한 복도 감독관이나 시험관리본부와 협의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일선 교사들은 불만이 상당하다.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이 많은 상황에서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를 사실상 감독관이 알아서 식별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학생 건강검사 표본 통계'를 보면 2024년 기준 시력이 0.7 이하거나 안경을 착용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 비율은 74.8%였다.



검사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 민원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부지부장인 박새별 교사는 "수능 날엔 감독관의 발소리가 시끄러워 집중이 안 됐다거나 자기 앞에만 서 있었다는 식의 민원을 제기할 정도로 수험생들이 예민해진다. 시험 시작 전 스마트안경 착용을 의심받아 안경을 벗으라는 요구를 받은 것만으로도 민원을 제기할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교육부에 스마트안경 식별 체계와 민원 보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의 50대 교사는 "일반 안경 테에도 금속 재질이 많은데 금속탐지기로 스마트안경을 가려낸다는 게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고등학교 40대 교사는 "지금이야 스마트안경 테가 일반 안경 테보다 두꺼워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하지만, 몇 년 뒤 기술이 더 발전해 구별할 방법이 없다면 그땐 어떻게 하느냐. 지금부터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은 11월19일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5시45분까지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2개 시험장에서 진행된다. 응시 예정자는 55만1864명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험생이 시험 중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시험을 무효로 하고, 다음 해 수능까지 1년간 응시를 제한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