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왼쪽)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배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김지용 신임 중대범죄수사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엑스(X) 계정에 '제미나이에게 물어봤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제미나이가 "정부조직법 11조를 부정하는 공소청장,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 불가론은 위헌적 억지"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 감독하고, 부처의 소속청은 명백한 중앙행정기관이라는 구체적 법조항을 덧붙인 뒤, 그런데도 회의 배석을 제한하라는 주장은 "대통령의 행정감독권과 정부 통솔 구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궤변"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제미나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공개된 AI 답변은 현행법상 배석이 옳다는 논리를 담고 있다. 국정 현안에 대해 AI가 제시한 법률 해석을 참고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국정 운영의 결정 내용과 정당성까지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AI 답변에 근거해 이번 사안의 시시비비를 가릴 일인지 의문이다.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앞서 청와대는 대법관 후보 제청 과정에서 법에 명시되지 않은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 관행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지켜온 관행에는 법의 잣대를 적용한다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이미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까지 정례 배석에 반대했다. 국무회의 배석자들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참석 자체만으로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이 소개한 AI 답변은 수사 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정치적 중립과 그간의 관행을 함께 물었어도 "위헌적 억지" "궤변" 같은 답변이 나왔을까 싶다. 특히 이 대통령은 20일 회의에서 김 청장에게 "화이트칼라 범죄나 권력형 부패 범죄, 증권·금융 범죄 등을 엄단해달라"고 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수사 지시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물론 당시 특정 사건을 지목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수사 공정성은 실제로 부당한 지시가 없어야 할뿐 아니라, 국민이 그렇게 믿을 수 있어야 확보된다.

김 청장의 처신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첫 출근길에 "수사의 정치화를 청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무회의 배석에 대해선 분명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법령 검토 및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그래놓고 다음날 국무회의에 참석해 대통령 발언을 받아 적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취임 일성과 국민에게 비친 모습 사이에 간극은 없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무엇보다 김 청장은 지금 국무회의 배석 논란에 휩싸일 처지가 아니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막 출범한 중수청 조직을 조기에 안착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고, 수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김 청장이 먼저 대통령에게 정례 배석의 재검토를 건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 청장이 있어야 할 곳은 국무회의장보다 중수청의 사무실과 수사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