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업데이트를 통한 새로운 기능에 대한 안전성 검증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현지에서 테슬라 감독형 FSD를 활용한 주행 모습. /로이터=뉴스1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는 출고된 뒤에도 계속 진화한다. 정비소에 가지 않아도 무선 업데이트(OTA)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없던 기능이 추가된다. 편의 기능만 더해지는 게 아니다. 주행보조 시스템까지 재조정된다. 하드웨어는 그대로여도 차의 움직임은 달라질 수 있다.

자동차관리법은 업데이트 이후에도 안전기준을 충족하도록 규정한다. 안전운행과 관련된 일정한 업데이트는 사전에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자기인증을 한 자동차 제작사는 성능시험 대행자의 적합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OTA를 적극 활용하는 대표적 주행 보조 기능이 테슬라의 감독형 FSD(Full Self-Driving)다. 테슬라코리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FSD 운행 데이터에 집계된 자동차는 3만303대, 누적 주행거리는 9180만km다. 그런데 올해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FSD 별도 시험·평가 실적은 0건이었다.

국토부는 테슬라 FSD의 자동 차선변경 기능 등이 국내 안전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도 시험·평가는 하지 않았다. 미국산 자동차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안전기준 인정 특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정 대수의 미국산 차는 검사를 하지 않기로 약속한 예외조항이 근거다. 국감에 출석한 테슬라코리아 대표는 FSD 검증 시험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제작사는 신청하지 않았고 정부는 요구하지 않았다.

국내 자동차 안전관리는 자기인증제를 기본으로 한다. 정부는 결함이 확인되면 리콜 등 사후에 조치한다. 출고 후 핵심기능이 크게 달라지지 않던 때에는 문제가 없었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가 대세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조향, 제동에 영향을 주는 소프트웨어도 바뀔 수 있다. 올해 3월 국토부의 FSD 무단 활성화 경고도 테슬라코리아의 신고가 출발점이었다. 제작사는 변화를 바로 알지만 정부는 보고를 기다리는 구조다.



미국도 자기인증제를 운영하지만 제작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해 FSD 탑재 차량 288만 대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신호 위반과 역주행 등 58건의 보고 가운데 충돌이 14건이었다. 지난 9월부터는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사이버캡의 자기인증 근거와 기술자료까지 살피기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더 적극적이다. 네덜란드 차량관리청(RDW)은 감독형 FSD에 형식승인을 내주기 전 18개월 넘는 시험을 진행했다. 테슬라의 자료만 믿지 않고 데이터 수집·분석 방식까지 외부 전문가에게 따로 검증받았다. 승인 이후에는 안전자료 보고 주기를 연 1회에서 월 1회로 강화했다. 그 뒤 약 4만 대가 2400만km를 달리는 동안 심각한 사고가 없었다. 꼼꼼한 검증은 도입을 막는 장벽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절차다.

한국도 검증을 미룰 이유가 없다. 한·미 FTA는 미국 안전기준을 인정한 것일 뿐 한국 정부의 검증 책임을 없앤 것은 아니다. 국토부는 국제기준 미비를 들지만 FSD를 운전자제어보조장치(DCAS)로 분류한 건 국토부다. 신호 인식과 차선 변경, 조향과 제동 등 주요 기능은 실제 시험으로 검증하고 제작사 자료와 비교해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제작사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그래야 비관세장벽 논란을 피할 수 있다. 모든 업데이트를 정부가 다시 시험할 필요는 없지만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기능은 별도의 검증 기준이 필요하다. 업데이트 이후에도 사고와 이상 작동 데이터를 계속 살펴야 한다.

차가 밤새 업그레이드되는 시대엔 검증도 출고 후까지 따라가야 한다. 제작사는 사고책임을 운전자에게 두고 정부는 검증을 제작사에 맡긴다. 그 사이 확인되지 않은 기능이 추가돼 사고가 나면 피해는 운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안전 검증을 사고 뒤로 미룰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