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친할아버지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대학생 손녀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미지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해 만들었다.


평소 폭언과 폭행을 일삼던 80대 친할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20대 손녀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공소청은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범행 직후 손녀가 직접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한 점 등을 들어 살해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최경서)는 23일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대학생 노모씨(24)에게 존속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존속상해치사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재판부는 하한인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노씨는 지난 5월18일 오전 11시 50분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자신의 집에서 80대 친할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왼쪽 어깨 뒤쪽을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할아버지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폐 손상과 저혈류성 쇼크 등으로 숨졌다.

노씨는 2023년 겨울부터 조부모와 함께 살며 할아버지의 폭언과 폭행 등으로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아버지에게 여러 차례 피해를 호소했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유학 자금 마련 등을 이유로 따로 거처를 구하지 못했다. 사건 당일에도 할아버지와 다투다 방으로 피했지만, 할아버지가 뒤따라와 욕설을 이어가자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노씨에게 살해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노씨가 가슴 등 급소가 아닌 어깨 뒤쪽을 찌른 데다 범행 직후 직접 신고하고 구급대원의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한 점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미필적으로라도 살해의 고의가 있는 사람은 치명적인 곳을 찌르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이 살해 의도 정황으로 제시한 인공지능(AI) 앱 질문과 메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노씨가 AI에 남긴 살인 관련 질문은 두 건에 불과했고, 답변도 충동 조절과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권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할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적은 메모에는 '복수하는 건 내가 잘되는 것밖에 없다'는 문구가 담겨 있었는데, 갈등을 긍정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씨가 피해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것으로 보이지만,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오랜 갈등 끝에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과 노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초범인 점,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했다.

앞서 노씨는 최후진술에서 "개인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를 지어서 죄송하다"며 "죽을 때까지 속죄하고 또 속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