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회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20일 서울 종로구 동행미디어 시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고문은 "재산세는 높이고, 취득세는 낮추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세제로 가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 조현호 기자


국회는 다음 달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세제 개편안을 심의한다. 이재명 정부의 '8·3 세제 개편안'은 부동산과 관련해 전례 없는 제도개편을 예고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비거주 1주택, 초고가 주택에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늘리기로 한 부분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아, 정부는 이례적으로 국회 제출 전 개편안을 일부 수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 개편안의 한계는 무엇이고, 놓친 부분은 어떤 건지 김낙회 법무법인 율촌 고문에게 물었다. 김 고문은 기재부 세제실장과 관세청장을 지냈고, '세금의 모든 것' 등 관련 저서를 펴낸 세제 전문가다.

-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한계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올해와 내년, 아마 내후년까지가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한 법인세수 증가로 세수 부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시기일 것이다. G7 국가들이 재정적자, 국가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한국은 운 좋게 초과 세수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시절부터 한국의 세제개편은 늘 부족한 세수 확보가 가장 큰 목표였다. 향후 몇 년은 한국의 세제를 '선진국형'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다. 대표적인 항목이 법인세다. G7 국가 중 한국처럼 법인세를 순이익 규모에 따라 4단계 누진세로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대부분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프랑스와 일본 정도만 중소기업에 한해 차등 세율을 적용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 법인세 단일세율이 왜 필요한가
▷이익 규모에 따른 법인세 누진과세는 기업이 성장을 주저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단일세율은 기업들이 세 부담을 예측하기 쉽게 하고 사회적 비용도 줄인다. 누진적 법인세는 역진성도 문제다. 삼성전자 주식을 개인주주 800만 명이 보유한 상황에서 이익이 크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더 거두면 결국 개인주주가 세금을 더 부담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반면 세율이 낮은 중소·중견기업 소수 대주주들은 역설적으로 부담이 적어진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우리도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소 낮추면서 단일세율로 바꿀 필요가 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늘리는 데 대한 논란이 크다. 양도세 부담을 거주·비거주로 가르는 것에 문제는 없나.
▷주요 7개국(G7)들도 거주 여부에 따라 특례를 부여하고 있지만 내용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매각전 5년 중 2년 이상 거주하면 양도차익의 일부(개인 25만 달러, 부부 50만 달러)를 공제한다. 영국과 캐나다는 실거주 기간에 따라 양도세를 공제해 준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장기 보유한 부동산에는 양도세를 물리지 않고, 단기보유의 경우에만 거주 요건을 적용한다. 따라서 거주 요건을 두는 것 자체가 맞다, 틀리다 단정할 순 없다.

- 1주택자라도 비거주는 2029년부터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없애고, '장기거주 소유공제'로 바꾸기로 했는데…
▷개편안은 장기보유 공제에 최대 10억 원의 공제 한도를 둬 과도한 공제 혜택을 줄였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고려할 때 납득이 간다. 반면 비거주에 대해 공제를 배제하는 제도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기존 장기보유 특별공제의 기본 전제는 물가상승으로 발생한 집값 상승에는 일정 부분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연 2% 정도로 잡았을 때 15년이면 집값이 30% 정도 오르는 게 정상이다. 보유기간 공제를 없애면 물가상승분마저 인정하지 않는 셈이 돼 기존 조세 논리와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해외 체류, 자금 부족 등 각자의 사정에 따라 실거주하지 못한 납세자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집은 거주하는 곳'으로 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비거주의 경우에도 최소한의 공제율을 적용하고 예외를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 시가 5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담이 늘고, 공제는 줄어드는데…
▷당초 정부가 '자산세' 중심으로 세제를 바꿀 움직임을 보였을 때 기대가 많았다. 세제 운용의 노하우가 많은 G7 국가들은 효율과 공평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세, 특히 부동산의 경우 재산세를 핵심 세원으로 삼는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은 재산세는 손을 대지 않고 상대적으로 세수 규모가 작은 종부세만 조정했다. 조세저항을 의식해 다수 주택 소유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재산세는 놔두고 초고가 주택을 대상으로 '부유세'인 종부세만 강화한 것이다. 근본적인 세제개혁은 재산세 조정으로 시작해야 한다.

-집 한 채를 평생 보유한 은퇴자들의 부담이 과도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지금까지 보유, 거주 기간에 따라 공제해 주던 종부세를 2028년부터 거주의 경우에만 공제해 주기로 하면서, 한도가 없던 연 공제 한도를 단기간에 600만 원까지 줄인 건 지나쳤다. 시가 50억 원 집을 가진 비거주자는 종부세로 2028년에 1970만 원, 거주자는 980만 원을 내야 한다. 각각 기존에 내던 세금의 두 배, 네 배 이상이다. 집값에 비하면 세금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해도, 평생 산 집 가격이 올라 세금을 내는 은퇴자들에겐 상당한 부담이 된다. 종부세 등 보유세는 법인세처럼 '이동을 통한 회피'가 불가능해 조세저항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세금이다. 올리더라도 납세자가 적응해나갈 수 있도록 조금씩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 보유세를 높이려면 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자산과 관련한 세금은 크게 거래단계 세금인 취득세와 상속·증여세, 보유단계 세금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4종류다. 이걸 합한 자산 관련 세금이 2023년 기준으로 영국은 국내총생산(GDP)의 3.7%, 프랑스와 캐나다는 3.5%, 미국은 2.9%, 일본은 2.8%, 이탈리아는 2.2%, 독일은 0.9%다. 한국은 3.1%로 G7 국가 가운데 중간 수준으로 낮다고만 할 순 없다. 다만 재산세 비중은 한국이 0.9% 정도인데 G7국가는 1.9∼2.8% 다. 반면 거래세인 취득세는 1.6%다. 증권거래세 약 0.5%를 제외하면 1.1%로 0.1∼0.7%인 G7 국가들보다 현저히 높다. 재산세는 더 높이고, 취득세를 낮추는 게 선진국 세제에 접근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