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로고도 눈에 띄는 그래픽도 없었다. 무신사가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로 내세운 무기는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기본 의류였다. 평범함을 강점으로 내세운 전략은 통했다. 대표 상품인 슬랙스는 연간 판매량 100만장을 넘어섰고 패션 플랫폼으로 출발한 무신사는 자체 브랜드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워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17년 출범했다. 입점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던 플랫폼 사업에 머물지 않고 직접 상품 기획과 판매에 뛰어든 것이다. 당시만 해도 패션업계에서는 로고와 그래픽을 앞세운 브랜드 경쟁이 치열했다. 무신사는 반대로 기본에 집중했다. 유행을 크게 타지 않으면서 다양한 스타일에 활용할 수 있는 의류를 내세워 폭넓은 소비층을 공략했다.
전략은 대표 상품인 슬랙스에서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슬랙스 판매량은 101만장을 기록했다. 출퇴근과 일상복 경계를 허문 활용도, 부담을 낮춘 가격 경쟁력이 맞물리며 대중성을 확보했다. 특정 유행이나 연령층에 기대기보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상품을 내세운 점이 주효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성장은 상품 자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배경에는 플랫폼으로 쌓아온 데이터 경쟁력이 있다. 무신사는 패션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소비자 취향과 구매 패턴, 검색 데이터 등을 축적해왔다. 어떤 색상과 디자인, 가격대의 제품을 원하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상품 기획에 반영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내놓을 수 있는 구조가 PB 사업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사업 구조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플랫폼 사업은 입점 브랜드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반면 PB 사업은 상품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직접 수행한다. 판매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다. 무신사 전체 매출에서 상품 매출 비중은 2021년 19%에서 올해 상반기 29%까지 상승했다. 플랫폼 중심 기업이 자체 상품 사업 비중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대중성과 트렌드를 동시에 잡았다고 평가한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무신사는 소비자 취향을 파악하는 역량에서 강점을 보였다"며 "베이식한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색상과 상품 구성에는 트렌드를 반영해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성장세는 오프라인에서 확인된다. 올해 2분기 무신사 스탠다드 국내 매장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다. 매장 수는 41개로 늘었다. 온라인에서 접한 상품을 직접 입어보고 구매하려는 수요가 유입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판매 채널을 넘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 검증한 경쟁력은 해외로 향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중국 상하이와 항저우 등에 매장을 열었으며 2027년까지 아시아 8개 지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거래액 1조원 달성도 목표로 내걸었다. 업계는 기본 의류 중심 전략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로고나 유행에 의존하지 않아 국가별 취향 차이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이다.
슬랙스 100만장 판매는 단순한 히트 상품의 등장을 넘어선다. 입점 브랜드 거래를 중개하던 플랫폼이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상품을 기획하고, 오프라인과 해외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결과다. 기본 의류에서 출발한 무신사 스탠다드가 무신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으며 플랫폼 기업의 성장 공식을 새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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