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여행 가방에는 이동의 역사가, 영화 속 의상에는 한 시대의 문화가 담겼다. 이랜드그룹(이랜드)이 30년 동안 모은 100만점 이상의 컬렉션은 단순한 수집품이 아니다. 상품 개발과 전시 콘텐츠, 공간 연출의 재료가 된 연구개발(R&D) 자산이다.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이랜드는 28일 서울 강서구 이랜드글로벌R&D센터에서 기네스 세계기록 공식 인증식을 열었다. 1995년부터 모은 자료는 패션·음악·영화·스포츠·예술 분야를 아우르며 100만점을 넘어섰다. 여행 가방 7816점과 북엔드 4674점은 각각 세계 최대 규모 컬렉션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국내 기업이 소장 자료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인증은 방대한 규모를 객관적으로 입증한 결과다. 이랜드의 관심은 보유 수량보다 쓰임새에 있다. 축적한 자료를 상품 개발과 전시 사업에 접목해 차별화 요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손민영 기네스 세계 기록 공식 심판관은 "기네스 인증은 단순히 많은 수량을 보유했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두 종목의 최소 기준은 각각 1000개였으며 이랜드는 이를 크게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아카이브는 상품 개발의 기반 역할을 한다. 이랜드글로벌R&D센터 내 6611㎡(약 2000평) 규모 공간에는 의류 샘플 30만점과 패션·디자인 서적 1만7000여권이 보관돼 있다. 스파오와 미쏘, 뉴발란스 등 이랜드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이를 참고해 신제품을 기획한다. 과거 의류의 실루엣과 소재, 봉제 방식 등을 분석해 새로운 디자인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패션업계에서는 과거 디자인을 재해석하는 작업이 핵심 상품 기획 방식으로 꼽힌다. 실물 자료가 많을수록 디자이너의 선택지는 넓어진다. 과거의 기록이 새로운 창작의 출발점이 되는 이유다.
한우석 이랜드뮤지엄 대표는 "디자인 연구의 뿌리와 영감의 원천이 되는 자료를 직접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30년 수집의 출발점이었다. 보관에 그치지 않고 디자인 연구와 전시, 콘텐츠 제작에 폭넓게 접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 자산은 전시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이랜드뮤지엄은 최근 3년간 20회 이상 전시를 열었고 누적 관람객 110만명을 넘어섰다. 시대적 배경과 인물의 이야기를 재구성해 볼거리를 만들고 관람객과 접점을 넓혔다.
활용 범위는 계열사 공간까지 확장됐다. 켄싱턴호텔에는 스포츠·문화 관련 자료를 전시했고 애슐리에는 영화 관련 소장품을 배치했다. 상품과 서비스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문화적 서사를 공간에 입힌 사례다. 서영희 이랜드뮤지엄 총괄 디렉터는 "소장 자료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와 가치가 담겨 있다. 국내외 전시를 확대해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할 기회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이랜드는 이번 인증을 계기로 최대 30개 부문까지 기록 도전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랜드글로벌R&D센터를 대규모 소장 자료를 갖춘 디자인 연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모았느냐가 아니다. 축적한 자료를 상품 개발과 콘텐츠로 연결하고 소비자 접점까지 넓힐 때 사업적 가치가 커진다. 이랜드가 30년간 쌓아온 기록을 디자인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로 전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대대담] "개헌 앞서 협치부터 복원해야" | 헌정회장-서울대 명예교수 대담②](https://i.ytimg.com/vi/4nmuJ9va1pM/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