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간선거에서 '블루웨이브'(민주당 승리)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안보 지형이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하원은 민주당의 탈환이 유력하고 상원도 민주당이 근소하게 앞선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한미군 감축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까지 안보 현안의 향방이 선거 결과에 달렸다. 민주당이 압승하면 주한미군 감축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압박해 온 사안에는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으로 물꼬를 튼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 등은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지난 22~26일(현지시각) 실시한 조사에서 투표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의 53%가 다음 달 3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답했다. 공화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44%로 격차는 9%포인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2%로 지난주 기록한 최저치(31%)에서 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예측시장 칼시에서도 지난 16일 기준 민주당의 하원 탈환 확률은 90%, 상원 장악 확률은 63%로 집계됐다. 상원 장악 확률은 지난 3월 44%에서 19%포인트 올랐다.
미국 블루웨이브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안이 전작권 전환이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이날 제1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차 방문한 필리핀 세부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과 처음 만났다.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작권 전환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환 시기는 양국 국방당국의 건의를 거쳐 정상이 결정하지만 미 의회의 입김도 크다. 현행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은 양국이 합의한 계획에서 벗어난 전환에는 미 국방장관 인증 없이 예산을 쓰지 못하게 했다.
한국 정부는 2028년을 목표로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미국 조야가 전환에 대체로 부정적이고 민주당은 더 회의적이라고 본다. 민주당 주류가 전환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붙잡아 두는 고리를 느슨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치고 전환 연도를 도출해 양국 대통령에게 건의할 계획이었다. 양국은 11월 열 예정이던 SCM을 12월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도 중간선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SCM이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핵잠 도입과 원자력협정 개정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잠 연료 공급 협력을 공개 요청했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 핵잠 건조 승인과 연료 조달 협력,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지지를 담았다. 이는 3500억달러(약 46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관세 인하 합의와 한데 묶인 패키지 딜이다.

민주당이 압승하면 핵잠 도입은 지금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핵확산 문제에 더 예민해 핵잠 도입에 부정적이라는 점에서다. 에드 마키·제프 머클리·크리스 밴 홀런·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 1월3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에 잠재적 핵 역량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의 비확산 노력도 약화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두 사업 모두 미 의회 심사를 넘어야 한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은 핵물질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어 핵잠 연료를 들여오려면 미국 원자력법 91조에 따른 별도 협정을 맺어야 한다. 이 협정은 대통령 승인과 의회 검토를 거쳐야 한다. 농축·재처리를 허용하도록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것도 원자력법 123조에 따라 의회 심사 대상이다. 서한을 보낸 민주당 의원들은 협정을 개정하더라도 농축·재처리 금지를 유지하는 '골드 스탠더드' 수준의 비확산 조치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핵 비확산 기조가 강해 동맹국이라도 핵과 관련된 무기체계를 갖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핵잠 도입 등에 필요한 법 개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민주당 내 핵 비확산론자가 많아 정부가 미 의회를 설득하는 과정이 다소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압박 수단으로 써 온 주한미군 감축 카드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면 꺼내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미 의회가 국방수권법 관련 예산을 쥐고 있어서다. 현행 국방수권법은 주한미군을 2만8500명 미만으로 줄이는 데 예산을 쓰지 못하게 했다. 공화·민주 양당이 함께 만든 초당적 조항이다. 다만 미 국방장관이 인증 보고서를 의회에 내면 60일 뒤 금지가 풀린다. 행정부가 의회의 제동을 피해 갈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새 의회는 내년 1월 출범하지만 선거 결과는 연말 마무리될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최종 조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인증 보고서를 따지는 감독 기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전반적으로 막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부대 순환 배치를 활용해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순환 배치를 이유로 다른 곳으로 부대를 이동시킨 뒤 한국으로 복귀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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