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매출액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SK하이닉스가 분기 기준 매출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시장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일본 키옥시아 투자 수익을 주주환원 재원에 투입하면서 투자업계와 주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솔리다임 미국상장이 차질 없이 진행돼 수익화 단계에 올랐을 경우 SK하이닉스 주주들의 중장기 결실이 더 커질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제기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18년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통해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에 3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키옥시아의 도쿄증시 상장 추진과 지분 처분 과정에서 발생한 세전 매각 차익은 약 20조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서는 이 중 80%에 해당하는 16조원가량이 특별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 재원에 순차 투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주주환원책은 본업 성과에서만 기인한 게 아니다. 과거 집행했던 글로벌 반도체 자산의 투자 가치가 상장·지분 정리를 통해 구체적인 수익으로 실현됐고 해당 자금이 대규모 주주환원 재원으로 직결되는 '투자 선순환'이 이뤄졌다는 진단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기업이 외연 확장을 통해 키워낸 자산의 가치를 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고 그 결실을 주주와 나누는 게 가장 이상적인 주주 가치 제고"라며 "키옥시아 투자 수익 환원은 SK하이닉스 경영진의 주주 친화적 경영 의지를 보여줬다"고 했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가 솔리다임에 적용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가치를 글로벌 시장에서 재평가받게 하고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회수해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전략을 구상해왔다.



핵심 사업을 떼어내는 국내 기업의 전형적인 '쪼개기 상장'(중복상장)과도 달랐다는 분석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이나 D램처럼 SK하이닉스가 키워온 핵심 사업이 아닌 해외기업을 인수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글로벌 자본시장의 자금을 조달해 해외 법인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경영 활동이었단 평가다.

마사히로 와카스기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선임 산업 애널리스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나치게 엄격한 중복상장 제한에는 동의하지 않으며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로부터 인수한 미국 기업으로 독립적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이어 "IPO를 통해 150억달러 규모 자금을 조달해 eSSD 생산능력과 R&D에 투자하면 회수가 빠른 AI 메모리 특성상 회수 기간은 2년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모회사 SK하이닉스도 직접 투자 부담을 덜고 HBM 등에 자금을 집중할 수 있어 주주 모두에게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솔리다임 지분 10%를 외부에 매각하더라도 SK하이닉스 주당순이익(EPS) 감소는 약 1%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일률적인 중복상장 억제가 기업 자금 조달과 주주가치 제고 기회를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키옥시아 투자 성과는 솔리다임의 상장 철회를 뼈아프게 만든다는 평가다. 솔리다임이 예정대로 글로벌 자본시장에 안착했다면 SK하이닉스 주주들의 중장기 환원 재원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업계 전문가는 "키옥시아 환원 사례가 보여주듯 해외 자산 성과를 시장에서 회수해 주주에게 돌려주는 행위는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이로운 구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