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빌딩에 있는 중대범죄수사청 2층 로비로 중수청 수사관이 들어가고 있다./뉴스1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 한 달을 앞두고 있지만, 디지털 증거 확보·포렌식에 필수인 채증실이나 모바일분석실 등을 여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공소청으로부터 사건 이관과 배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부족한 수사 인력 확충과 함께 시설 및 장비 등 수사의 물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동행미디어 시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일 개청한 중수청 본청과 서울청이 함께 입주한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빌딩에는 여전히 채증실과 모바일분석실을 비롯해 변호사접견실, 피조사자대기실 등 수사에 꼭 필요한 시설과 공간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수사기관의 채증실은 증거물 확보와 기록에, 모바일분석실은 휴대전화 등 디지털 장치에서 전자정보를 추출·분석하는 데 활용되는 공간이다. 증거 확보부터 분석까지 담당하는 과학수사의 핵심 시설이 출범 한 달이 다 되도록 없는 것이다.

휴대전화 포렌식 등 전자정보 선별 과정에서 피압수자 측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참관실도 10여 곳을 조성할 예정이지만, 아직 공사 중이다.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인권 보호와 강압수사 방지를 위해 필요한 영상녹화조사실 역시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중수청은 포렌식 업무 자체를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중수청 관계자는 시대에 "차질 없이 포렌식을 할 수 있는 상태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포렌식을 어느 공간에서 어떤 장비로 진행하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중수청은 현재 수사 시설이나 장비뿐 아니라 피의자 신병 관리도 다른 수사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자체 유치장이 없어 인근 경찰서 유치장이나 구치소를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 구속 피의자를 조사하려면 외부 시설에 수용된 피의자를 중수청 청사로 호송해야 하는 만큼 시간과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력 부족도 여전하다. 김지용 중수청장은 지난 19일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에서 "지금 인력으로도 수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지만, 중수청은 개청 당시 전체 정원(2874명)의 66% 수준(1900명)으로 출범했다. 향후 중수청으로 사건이 몰리면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사건 통보와 이관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경찰이 중수청에 통보한 사건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사건 등을 포함해 2002건이다. 이 가운데 중수청이 이첩을 요구한 사건은 단 1건에 그쳤다. 공소청은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했던 사건 가운데 300여 건을 우선 이관 대상으로 선별해 중수청과 경찰에 순차적으로 이관하고 있다.

검찰 출신 한 인사는 "수사기관은 사건을 접수하는 것만으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확보한 증거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분석할 시설과 장비, 인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중수청이 말 그대로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핵심 수사기관으로 조기에 안착하려면 수사에 필요한 각종 시설부터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