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SK텔레콤 AI보드 팀장이 지난 10월30일 SK텔레콤 이천 인재개발원에서 자사의 AX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양진원 기자


SK텔레콤이 인공지능 전환(AX)의 두 번째 단계인 'AX 혁신 2.0'을 본격화한다. 구성원 개인의 AI 활용을 넘어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와 협업 방식을 재설계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은 지난 30일 이천 인재개발원에서 자사 AX 전략 설명회를 열고 AX 혁신 2.0의 추진 방향을 전했다. 신성한 SK텔레콤 AI보드 매니저는 이날 강연에서 "무작정 AI 툴만 써서는 성과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며 일하는 방식 자체를 AI 기반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데이터 접근과 시스템 연계, 보안 등의 과제를 해결해 AX J커브의 골짜기를 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AX J커브는 AI 도입 초기 재교육과 업무 재설계 등으로 생산성이 일시적으로 떨어졌다가 이후 크게 높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올해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본 구성원은 4000명을 넘었고 사내에서 정기적으로 활용되는 에이전트는 1500개에 이른다.

김인수 SK텔레콤 AI보드 팀장은 "AX 혁신 1.0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AI보드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AX 전담 조직이다. 김 팀장은 에이전트가 늘면서 회사 차원의 지원과 조직 단위의 AX 추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했다.

SK텔레콤은 이를 뒷받침할 핵심 프로그램으로 AX 이네이블러 태스크포스(TF)와 AX 샌드박스, AX 카탈리스트를 운영한다. 김 팀장은 "AX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이를 회사 차원에서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AX 이네이블러 TF는 구성원들이 AI를 활용하며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을 전사 차원에서 해결한다. 교육·지원체계를 개선하고 데이터·보안 등 기술 인프라를 고도화한다. AI 에이전트 사번제와 평가체계 등 경영 인프라도 재설계한다.

AX 샌드박스는 기존 업무 방식을 처음부터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는 프로그램이다. 상반기에는 서비스 개발 조직에서 구성원 한 명이 AI 에이전트와 함께 기획·개발·검증을 수행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하반기에는 전사 각 조직으로 범위를 넓혀 여러 구성원과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방식을 찾고 있다. 특정 업무 전체를 AI가 맡을 때 사람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실험이다.

AX 카탈리스트는 구성원이 혁신의 촉매 역할을 맡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9월 현업에서 자발적으로 AI를 활용해 온 구성원 10명이 1기로 선발됐다. 회사는 AI 모델 활용 비용과 기술·데이터 연계, 보안 검토 등을 지원하고 대상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이들을 오솔길을 넓혀 고속도로로 만드는 사람들에 빗댔다.

데이터 보호와 활용을 위한 기술도 마련했다. SK텔레콤은 AI에 데이터 원문을 노출하지 않고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Z.E.Z(Zero Exposure Zone)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민감한 원본 데이터는 별도 영역에서 관리하고 AI에는 메타데이터·비교 토큰·계산값 등 처리 결과만 전달하는 구조다.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데이터 설명과 업무 맥락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데이터 데스크(Data Desk)도 마련했다.

SK텔레콤은 정재헌 대표가 직접 챙기는 AX 정기 협의체도 꾸렸다. 김 팀장은 제도 정비를 넘어 현장의 과제를 발굴하고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