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특정 지역과 계층, 소수 기업에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집중되는 '소수의 성장'이 아니라 모든 지역과 모든 국민이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고르게 누리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을 타고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도 청년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드는 등 경제 성장의 성과가 국민 전반에 온전히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지향하며 선도국가로 만들어 갈 미래선점 예산이자 국가 성장을 국민의 성장으로 이어낼 성장확산 예산"이라고 규정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안의 내년 총지출은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으로 규모와 증가율 모두 역대 최대다.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인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AI와 미래 성장동력에 과감히 투자하겠다"며 "'3대 메가프로젝트'인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투자에 올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성장엔진과 관련해 "미래 성장을 주도할 NEXT 10대 전략기술분야에 13조8000억원을 투자해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R&D) 예산은 4조원 늘어난 39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이 대통령은 국방 분야에서는 "확고한 자력방위를 위해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에 필요한 전력을 비롯해 핵추진잠수함과 KF-21 등 막강한 핵심전력을 차질 없이 확보하고, AI·로봇·드론 기반의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축해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신속히 대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도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8.2% 늘어난 73조3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성장과 민생의 괴리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수출액은 9300억달러로 사상 처음 9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도 눈앞이다. 그러나 성장의 온기는 국민 주머니까지 닿지 않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소득이동통계'를 보면 2023년 근로·사업소득 기준 3분위에 속했던 개인 10명 중 4명 가까이(38.9%)는 이듬해 소득이 줄었다. '9월 고용동향'에서는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년 전보다 14만7000명 줄며 47개월 연속 뒷걸음질했다. 8월 기준 20대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43.8%로 전체(38.5%)보다 5.3%포인트 높았다.

본회의장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렸다. 이 대통령이 들어서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일어나 통로 양옆에 늘어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면만 바라본 채 앉아 있었다. 이들은 모니터 앞에 '사법부 겁박 중단! 재판 독립 수호!'라고 쓰인 피켓을 세워 뒀다. 민주당 의원들은 약 27분간의 연설 중 32차례 박수를 보냈고 연설이 끝나자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여야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미래대응기금 등의 쟁점을 놓고 갈등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세수로 만드는 162조3000억원 규모의 이 기금에 대해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확대되는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혁신적 재정안정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추가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에 먼저 써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름만 미래일 뿐, 실상은 미래세대의 주머니를 털어 정권의 선심성 지출을 떠받치겠다는 '미래약탈기금'이자 초대형 혈세 쌈짓돈"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