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차 생산세액공제 도입 논의에 적극 참여하기로 하면서 배터리셀 기업은 물론 소재·부품·장비 협력사까지 수혜가 번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전기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재정경제부


정부의 전기차 생산세액공제 추진이 국내 배터리 산업에 새로운 활로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 전기차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산 배터리 적용을 늘리는 가운데 세액공제로 원가 부담이 줄면 국산 배터리 수요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배터리셀은 물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까지 수혜가 확산되도록 세액공제와 함께 정교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일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업계 간담회에서 전기차 생산세액공제 도입을 위한 국회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중 '전기차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6개 분야를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으로 선정했지만 전기차는 제외했다. 국내 생산 기반이 비교적 양호한 데다 구매 보조금도 지급되고 있어 핵심 부품인 배터리 지원만으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판단과 달리 국산 전기차 지원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물론 안방인 국내 시장에서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량(1만8181대)이 국산차(1만3587대)를 처음 앞질렀다. 일부 지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소진으로 국산차 판매가 부진한 사이 테슬라와 BYD 등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판매량을 늘렸다.

수입차와의 가격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 채택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 니로 EV·레이 EV 등 3개 차종에 적용됐던 중국 CATL 배터리는 현재 EV5와 PV5까지 총 5개 차종으로 늘었다. 기존 경형·소형 전기차 위주에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목적기반차량(PBV)으로까지 적용 범위도 넓어졌다. 배터리 지원 효과가 국산 전기차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기차 생산세액공제 도입은 국산 배터리 채택 확대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배터리 업체들도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 배터리 채택 확대는 국내 배터리셀 업체들의 실적 회복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의 공급계약이 해지되고 합작공장이 재편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기차는 규모 면에서 여전히 배터리 산업의 핵심 시장이다.

배터리 소부장 업체들에도 낙수효과가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완성차 생산 물량이 늘어날수록 배터리 업체들이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중장기 공급계약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배터리 셀 업체뿐 아니라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소재와 부품, 장비 업체들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에 대한 지원 효과가 국내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 교수는 "전기차 산업은 완성차만 잘한다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이번 지원이 단순히 완성차 업체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국내 공급망을 활용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와 완성차부터 배터리셀, 소부장 업체까지 전기차 생태계 전반의 생산 공정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 등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