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편집위원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확대가 경영권 확보보다 평가이익을 노린 투자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알려진 뒤 주가가 이틀 새 40% 넘게 뛰었다. 이에 따라 호반의 평가이익은 1조원을 넘어섰다. 항공업 특성상 정부 인허가와 산업은행 지분 등 넘어야 할 벽이 많아 실제 경영권 이동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칼 주가는 3일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17만5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8.80% 오른 데 이어 이틀 새 41.40% 상승했다. 7월 공시된 호반 측 보유 주식 1345만4674주로 계산하면 지분 평가액은 약 2조3573억원이다. iM증권이 추정한 누적 순매수 금액 8782억원을 빼면 평가이익은 1조4700억원을 웃돈다. 평가액은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보다 약 6902억원 불었다.

호반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고, 2일에는 장내 매수를 통해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호반은 2022년 2대 주주에 오른 뒤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로 공시해 왔다. 호반 측은 정확한 지분율은 한진칼이 공시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외경./대한항공


차익 전례…'묻지마 매수' 경계
호반은 '단순 투자'를 내세워 지분을 사들인 뒤 차익을 거둔 적이 많았다. 호반건설은 2014년 아시아나항공 모회사였던 금호산업 지분 6.16%를 사들였다. 당시에도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인수설이 돌며 금호산업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호반은 이듬해 1월 지분 1.21%를 장내에서 팔아 시세차익을 거뒀다. 같은 해 4월 본입찰에는 단독 응찰했지만 채권단 기대에 못 미치는 6007억원을 써내 매각은 무산됐다.

2018년에는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DB산업은행(산은)이 호반의 분할 인수 제안을 받아들여 특혜 논란까지 일었지만, 호반은 해외 사업장 손실이 드러나자 인수를 포기했다. 지난해에는 ㈜LS 지분을 4%대까지 사들였다. 매입 사실이 알려진 뒤 ㈜LS 주가는 하루 만에 19%가량 뛰었고, 호반은 이후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매각 대금은 2000억원을 넘고, 시세차익은 10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진칼 주가 급등에 따른 부담이 소액주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가에는 경영권 분쟁 기대감이 반영돼 있어 호반이 지분을 팔거나 분쟁 가능성이 낮아지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
지분만으론 경영권 갖기 어려워
경영권 확보 문턱도 높다. 항공운송사업은 국토교통부 면허 사업이다. 대명소노그룹은 지난해 티웨이항공을 인수할 때 공정위 승인을 받은 뒤에도 국토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항공운송사업 면허 변경 승인 절차를 밟아야 했다. 지분을 늘리는 것만으로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항공사 출범을 다음 달 앞두고 있어 정부도 지배구조 변화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은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10.58%도 변수다. 산은은 항공산업 구조개편이 끝나기 전에는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책은행이 특정 기업에 지분을 넘기면 경영권 이동을 도왔다는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조 회장 측은 델타항공 14.90% 등 우호 지분을 더해 39%대를 확보했고, 조 회장도 2일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를 주당 11만4000원에 사들이는 370억원 규모의 주식 매매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확대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경영권이 호반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