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뛰었습니다. 즐거움에 달음박질 치었습니다. 내 나라를 찾은 기쁨입니다.
가슴에 선명한 KOREA, 그리고 태극기.
승리의 기쁨은 온 세계인 가슴에 KOREA로 새겨집니다.
그러나 한맺힌 6.25…."
1950년 4월19일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로 보스톤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함기용 옹. 그가 귀국했을 때 조국은 아비규환에 빠져 있었고, 금메달을 동대문 어딘가 땅속에 묻은 채 피난길에 올라야했다. 그렇게 그는 잊혀졌다.
지난 2008년 열린 함영훈 작가의 전시회에 처음 출품된 연작 '마라톤'은 유독 사람들의 눈길을 모았다.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은 6.25전쟁의 포화에서 잊혀져야 했던 민족의 영웅이야기를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렇게 환호와 영광 뒤에 가려진 스포츠 영웅들의 굵은 땀방울과 눈물을 담은 전시회가 다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는 함기용 옹뿐 아니라 무려 19인의 대한민국을 빛낸 스포츠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마라톤 황영조를 비롯해 수영 박태환, 산악인 엄홍길, 권투 장정구, 농구 이충희, 펜싱 남현희, 탁구 유남규, 레슬링 심권호, 역도 이배영 등 국내 간판 운동선수 19인이 젊은 화가의 붓을 통해 예술작품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1월24일까지 서초구 반포동 토요타자동차 전시장에서 열리는 함영훈 작가의 개인전 <이야기를 시작하다-감동展>에서다.
"스포츠경기는 인생의 희노애락이 압축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짧은 순간에도 큰 감동이 전해줄 수 있지만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이에 함 작가는 스포츠경기의 극적인 순간을 그림으로 포착해 영속성을 부여했다.
그는 "스포츠 시즌이 끝나면 관심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미술로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함영훈 작가의 숙조부가 바로 함기용 옹. 그는 작은 할아버지의 작품을 시초로 다양한 스포츠 장르와 선수들을 접하며 그들의 환희와 눈물을 작품을 통해 재해석했다. 선수들 한명 한명을 직접 만나 훈련생활과 실제 경기에서의 고뇌와 좌절, 도전과 성취 등 그들안에 깊이 내재돼 있던 이야기를 이끌어내 하나의 작품으로 녹여냈다.
"심권호 선수를 소재로 한 작품에는 무려 6000여개의 어금니 모형을 박았어요. 세계를 두번이나 제패하기까지 그는 얼마나 이를 악물고 연습했을까. 그 인고의 시간을 어금니로 표현했죠."
남현희 선수를 소재로 한 작품에는 실제 베이징올림픽 당시 썼던 칼의 손잡이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선수 개인에게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 오브제를 사용한 것 외에도 판화와 회화를 결합한 독특한 화법으로 눈길을 모은다.
함 작가는 "이번 감동展은 스포츠스타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서두"라며 "앞으로 김연아 선수나 이봉주 선수 등 이번 전시에서 담지 못한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도전展' '열정展'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02) 522-5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