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국내시장에서 겨우 11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 마이너로 통하는 모토로라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제품을 선보이길래’라는 질문이 나올 법하다. 사실 이날의 주인공은 행사 주최자인 모토로라가 아니라 안드로이드였다.
안드로이드는 인터넷 공룡기업 구글이 내놓은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을 말한다. PC로 치면 운영체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모토로라는 이날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한국형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를 선보였다.
모토로이는 2월 초 SK텔레콤을 통해 국내에 처음 시판될 안드로이드폰이다. 모토로이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외 휴대폰 제조사들이 줄줄이 안드로이드폰을 국내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한마디로 안드로이드폰 대공습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말 등장한 아이폰이 국내 스마트폰시장의 개화를 촉발했다면, 안드로이드폰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할 스마트폰시장을 주도할 주인공으로 지목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아이폰의 대항마 안드로이드폰이 오히려 승자가 될 것이라는 쪽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도대체 듣도보도 못한 안드로이드폰이 뭐길래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꼽히는 아이폰을 제칠 것으로 내다보는 것일까?
◇베일 벗은 국내 시판 1호 안드로이드폰
베일을 벗은 국내 시판 1호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는 안방인 미국시장에서 안드로이드폰 ‘드로이드’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모토로라가 국내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전략제품.
모토로이는 성능면에서는 아이폰, 옴니아2 등 기존 스마트폰을 압도한다는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이폰의 혁신적인 디자인에 길들여진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들의 눈을 만족시키기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곁들여졌다.
모토로이는 9.4cm(3.7인치) WVGA 풀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웹사이트 페이지 전체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영상, 게임, 사진도 즐길 수 있다.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정전식 터치기술을 적용, 부드러운 화면전환과 스크롤링을 지원한다.
구글이 만든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탑재하고 있는 만큼 모토로이의 최대 특징은 구글 지도, G메일, 유튜브, 구글 토크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다양한 구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 웹킷 브라우저를 통해 최대 8개의 브라우저를 동시에 구동할 수도 있다.
강력한 멀티미디어 기능도 모토로이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아이폰(300만화소)과 옴니아2(500만화소)를 뛰어넘는 800만화소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고화질 캠코더 기능까지 지원, 고품질의 사진과 동영상을 손쉽게 촬영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지상파 멀티미디어방송(DMB)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안드로이드폰이 일단 하드웨어 성능면에서는 초기 안드로이드폰 바람을 견인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은 갖췄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기존 제품에 비해 뒤쳐지는 디자인과 제조사 모토로라의 약한 브랜드파워는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지난 1월26일부터 출고가 98만8700원의 모토로이를 2년 약정 조건으로 월9만5000원짜리 요금제(2년 약정)에 가입할 경우 공짜로 제공하는 예약판매에 나서는 등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어 이같은 단점은 충분히 상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토로이는 맛보기, 안드로이드군단이 몰려온다
SK텔레콤, KT, LG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통신업체와 휴대폰 제조사들이 연초에 내놓은 올 사업계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단어가 있다. 바로 안드로이드폰이다. 올해 안드로이드폰 열풍이 얼마나 거셀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모토로이는 올해 예상되는 안드로이드폰 공습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세계 휴대폰 2위 삼성전자, 3위 LG전자도 3월부터 국내에 안드로이드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말 그대로 안드로이드 군단이 몰려오는 셈이다.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의 대항마를 넘어 스마트폰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애플은 아이폰의 하드웨어부터 운영체제(OS)까지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한다. 아이팟, 아이폰으로 문화혁신을 만들어내는 애플이 아니면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사업모델이다.
이에 비해 구글은 연합군 전략을 쓰고 있다. 자사는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플랫폼만 만들어 개방하고, 하드웨어는 삼성전자, LG전자, HTC, 모토로라 등 쟁쟁한 휴대폰 제조사들이 담당하는 협업구조다.
이에 따라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능과 성능으로 무장한 첨단 안드로이드폰이 계속 쏟아나오는 것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대결에서 장기적으로 안드로이드의 우세를 점치는 이유다.
SK텔레콤은 올해 총 13종에 달하는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아 2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시판할 스마트폰의 90%가 안드로이드폰인 셈이다. 2월 모토로이를 시작으로 3월에는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안드로이드폰 공세로 국내 스마트폰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아이폰으로 선수를 쳐 톡톡히 재미를 본 KT도 올해 시판하는 스마트폰 7~8종 중 절반을 안드로이드폰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스마트폰 판매목표는 180만대 수준. 아이폰으로 확보한 스마트폰시장의 주도권을 안드로이드폰으로 이어간다는 포석이다.
LG텔레콤도 올해 2~3종의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으며 스마트폰 경쟁에 본격 합류할 예정이다.
이통사 공용모델이 일부 있겠지만, 올해 이통 3사가 무려 20여종에 육박하는 다양한 가격과 기능의 안드로이드폰을 쏟아내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 그만큼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올해 스마트폰시장을 넘어 모바일 인터넷시장의 최대 화두는 안드로이드폰”이라며 “지난해 아이폰이 국내 스마트폰시장의 꽃망울을 터뜨렸다면 올해 안드로이드폰은 스마트폰 대중화의 주연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