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부자학연구학회장
대학생들에게 들려주는 부자이야기-1
"나눔의 행복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
부자의 길은 스스로의 마음 속에 있다"
"교수님. 부자란 무엇입니까"
"물질적으로만 풍요로운 부자는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한동철 교수(부자학연구학회 회장)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기자가 던진 우문을 명쾌하게 가른 현답이다.
기자는 한동철 교수와의 인터뷰에 앞서 부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확인하기 위해 국어사전을 뒤적였다. 사전에는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을 부자라 일컫는다.'라고 나와 있었다. 지극히 사전적 의미였다.
불연듯 '어설픔은 백지상태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인터뷰에 앞서 가능한 모든 사전 정보를 머리 속에서 지우고 한동철 교수의 '부자학'과 맞닥뜨렸다.
살림이 넉넉하다는 것은 적어도 경제적 측면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의 재물을 지니게 되었다는 뜻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편적 경제철학이 자본주의 사회에 근간을 둔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부의 축적을 가장 중요한 삶의 목표로 삼고 있지만, 오히려 넘치는 재산이 행복한 삶을 사는데 짐이 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부가 지닌 두 얼굴, 즉 부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결국 돈이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다는 반증이다.
몇해 전 한 여성 탤런트가 CF를 통해 "부자되세요"란 말을 유행시킨 적이 있다. 이 유행어는 우리 사회에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란 의문을 던져 주었다. 그리고 10년, 이제는 '행복한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다. 그 중심에 부자학연구학회를 이끌고 있는 한동철 교수가 있다.
한동철 교수는 대학에서 최초로 '부자학' 강의를 개설해 부자와 행복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정의와 더불어 도덕적 정의를 정립·구축해 부자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을 이끌어낸 학계의 중심인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부자학연구학회가 창립 2주년을 맞아 지난해 9월 제정한 '봉사부자상'은 대학이나 사회단체에 재산을 기부하거나, 의료지원·독거노인지원 등 나눔과 사회봉사에 헌신한 사람 등 총 16명을 선정해 시상한 상으로, 요란하지 않지만 의미있는 행사로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 주었다.
그들이야말로 단순히 돈만 많은 '그들 만의' 부자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그늘을 밝혀주고 이웃과 함께 사는 '행복한 부자'들인 것이다.
또한 한 교수가 말하는 '부자란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을 일컫지만, 행복은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른 정신적 여유를 일컫는다.'는 철학적 가치와 상통하는 사람들로 물질적으로만 풍요로운 부자들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아름다운 우리의 이웃이기도 하다.
부자학연구학회는 또 '100명의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남녀 지원자를 모집해 선발된 10명에게 부자가 될 수 있도록 재테크 정보와 사업 노하우 등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로, 부자란 결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하고, 보통사람들에게 부자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연초에 내린 눈이 군데군데 쌓여 스산함과 함께 겨울 낭만이 깃든 캠퍼스를 지나 연구실로 들어섰다. 한 교수는 역시나 책 속에 묻혀 있었다.
"대학생들이 본받을 만한 부자 한명을 소개하신다면"
"고려대학교 앞에서 1500원짜리 햄버거에 음료 무한리필이라는 파격적 영업으로 명물이 된 '영철버거' 이영철 사장을 꼽고 싶습니다. 그는 돈을 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쓸 줄 아는 분입니다."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워야 '행복한 부자'라는 한 교수의 확고한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답이다.
"행복한 부자가 되기 위한 재테크 첫걸음은?"
"대학생들이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절약'입니다. 물론 돈을 버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절약하는 것 조차 쉽지 않겠지만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이나 용돈을 불필요한 지출로 축내는 것을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돈은 잘 버는 것보다 잘 써야한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틀린 말이 아니죠"
가장 평범하고 당연한 말에 밑줄 긋 듯 말하는 한 교수.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서울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한달 용돈이 평균 40~50만원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돈입니다. 용돈을 줄이는 소극적 투자를 통해서도 꾸준히 저축하다보면 충분히 돈을 모을 수 있습니다. 또 생일이나 설날 등 특별한 날에 친지들에게 받는 가욋돈은 무조건 적금통장으로 입금시키고,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은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세요. 단 펀드나 주식에 투자한 돈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절대로 찾아 쓰지 않아야 합니다. 분명 생각지도 못했던 목돈이 되어 있을 겁니다."
한 교수가 말하는 재테크 비법은 생활 속에서 아끼고 실천하는 절약습관이 첫걸음 임을 벗어나지 않았다. 여기에 한발 더 나간다면 꾸준함.
그러나 한 교수는 "부자의 가치는 '맹목적인 행복 추구'가 아닌 '삶을 위한 편리한 도구'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부의 목적을 잘못 이해한다면 물질적 풍요로움 때문에 술이나 도박, 마약 같은 타락의 길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득 연구실 한켠을 가득 채운 책장을 보며 김수환 추기경의 잠언집 <바보가 바보들에게>를 떠올렸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할 당시 그의 통장에 남아있던 돈은 채 1000만원이 안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추기경은 많은 사람들의 추모행렬 속에서 세상을 떠날 수 있었다. 추기경에게 돈은 행복이 아닌 최소한의 삶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돈에 대해서 만큼 정말 바보같이 멀리 하고 사신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 부탄, 스리랑카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돈이 행복의 척도가 아니라는 예를 보여주는 사례다.
인터뷰를 마치고 연구실을 나서는 기자에게 한 교수는 "난 부자라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부자학'이 있어 행복하다"며 부자의 길은 스스로의 마음 속에 있음을 암시했다. 그 말은 곧 돈을 벌기 위해 사회에 첫발은 내딛을 준비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던진 한동철 교수식 메시지였다.
그래서 다시 여쭌다.
"교수님. 행복한 부자가 뭐죠?"
한희준 대학생기자 [email protected]
***부자학연구학회는?
2007년 설립한 부자학연구학회는 한동철 교수를 비롯해 학계는 물론 경제계, 종교계, 문화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있는 비영리단체로 우리 사회에 올바른 부자상을 확립하고 사회에 재산을 환원하는 등 부자들의 의식전환을 이끄는 학회다. 이와 함께 '부자학'을 통해 기부와 봉사의 의미를 확산시키는 비정치, 비종교적 활동을 하고 있다. 홈페이지 http://kaas1.org/ 한희준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