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1946~2003)의 <공간-그림자 84502>는 오묘한 시각적 효과와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물감이 마르기 전 노란색 물감 덩어리를 떨어뜨린다. 떨어지는 압력에 약간의 오목함이 발생한다. 검은색 물감을 덧칠한 후 수평으로 긁어낸다. 긁어내고 깎으면서 그림자가 형성되고 약간의 손질에 의해 그림자는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노란색 물감의 두께에 따라 덧칠해진 검은색의 양이 달라진다. 볼록한 부분은 밝은 노란색이 되고 오목한 부분은 그림자가 된다. 이미지로서의 공간인 동시에 면도칼로 긁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술가 자신의 기억과 정신성에 대한 공간으로 확장된다. 넓은 붓자국으로 형성된 노란색 표면과 형성된 그림자로 작품은 입체적이면서 양감을 지닌 것으로 보이지만 아주 평평해 매끈한 재질감을 지니고 있다.
노란색을 칠하고 그 위에 검은색을 도포한다. 칠이 마르면 면도칼로 긁는다. 스스로 칠하면서 정신을 덮고, 그것을 벗겨내면서 정신을 찾는 겹층의 정신구조다. 정신적 치유로서의 재생이며, 표현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정신적 흔적을 관람자의 잔상으로 남게 하는 힘이 있다.
겹층을 벗겨내면서 새로운 차원의 자신을 찾아가는 정신적 문제임을 밝힌다. 현재에서 과거를 걷어내면서 미래의 공간을 생각한다. 시간성과 관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문제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평면에서 입체로, 입체에서 무한의 공간으로 확장되는 사상과 사유성을 포괄한다. 비록 예술의 혼을 불태울 나이에 타계했지만 그의 작품세계와 정신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혼불로, 사유의 공간으로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