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자신을 돌아보고 사유(思惟)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다. 이럴 때 떠오르는 여행지가 섬이다. 그러나 섬으로 떠나는 여행은 시간적 여유를 필요로 한다. 우선 배를 타야 하는 수고로움과 기상 상태를 고려한 여행 계획을 짜야하기 때문이다. 또 예정된 날짜에 돌아오지 못하는 의외성을 고려해야 한다. 섬 여행을 계획할 때 앞뒤로 하루 이틀의 여유를 가져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행 준비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호젓함과 생경스러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여행이 바로 섬 여행이다. 작은 섬들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인간의 발길에서 비켜서 있었다. 때문에 섬 여행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감동을 준다. 섬에서 만나는 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거센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쌓은 높은 돌담이 길 양옆으로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 마치 성벽 사이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길은 누구나에게 열린 공간이다. 또 시작과 끝의 의미를 동시에 품고 무한의 상상공간을 제공하는 자연 학습장이다. 팍팍한 인생에 삶의 윤활유가 되는 생기를 얻고 싶다면 올 여름엔 맘 맞는 친구 한 둘과 함께 낯선 곳을 향하는 배를 타보는 것은 어떨까. 선착장에서 시작되는 길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도는 여행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명품 바닷길
몇해 전부터 불기 시작한 걷기 열풍은 수많은 '길'을 만들어냈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과 제주 올레길로 대변되던 길이 변산반도 마실길, 시흥 늠내길, 강화 나들길 등 지역 특색을 살린 길을 만들어내며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이 길 못지않은 명품 바닷길이 있다. 충남 보령 삽시도와 원산도다. 특히 삽시도의 진너머해수욕장에서 해안길을 따라 황금곰솔이 있는 곳까지 걷는 산림욕길은 꽁꽁 숨겨놓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길이다.
삽시도는 채 500명이 안 되는 사람들이 사는 섬이지만 충남에서 세번째로 큰 섬이면서 보령군에서는 보물섬이라 여긴다. 가장 높은 곳이 해발 113m로 대부분 낮은 구릉지로 이루어져 걷기에도 그만이다.
아름다운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삽시도는 석간수 물망터, 면삽지, 황금곰솔을 볼 수 있는 산림욕길을 걸은 뒤 진너머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장관을 이루는 섬이다. 진너머해수욕장에서 조그만 섬 사이로 떨어지는 황금빛 낙조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산림욕길에서는 국내 최고(最古)의 황금곰솔을 볼 수 있다.
석간수 물망터는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겨 있다가 썰물이 되면 바위와 백사장이 드러나면서 시원한 생수가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삽시도의 명물이다.
또 면삽지는 물망터 북쪽의 서북 해안 외딴섬으로 물이 빠지면 자갈길로 삽시도와 연결되는 곳으로 물이 맑고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낸 기암절벽과 동굴 등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삽시도를 걷는 여행 코스는 술뚱선착장를 출발해 해변을 따라 진너머해수욕장~면삽지~물망터~산림욕길(황금곰솔)을 지나 다시 진너머해수욕장으로 걷는 3시간 코스가 있다.
바닷가 송림에서 추억 만들기
보령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보물섬 원산도는 충남에서 안면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야트막한 산에 구릉이 많으며 섬 주변의 긴 해안선을 따라 바람과 파도가 빚어놓은 해식 단애가 멋진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원산도 해수욕장과 오봉산 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물이 맑으며 서해안에서는 드물게 남향이라 가족단위 피서지로도 맞춤이다.
원산도는 걸으면서 외딴 섬의 정취를 느끼기에 제격인 여행지다. 선착장에서 마을을 지나 섬 최고봉인 오로봉(118m)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땀을 빼게 하는 코스지만, 길 주위에 핀 해당화 등 야생화를 감상하며 걸음을 옮기다 보면 사방 탁 트인 바다에 점점이 박힌 섬들이 빚어내는 멋진 풍경에 더위와 피로감이 저만치 물러가는 듯 하다. 남해안을 중심으로 한 암석해안 사이에 소나무가 우거진 백사장도 절경을 이룬다. 울창한 송림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어 색다른 추억 만들기에 좋은 장소다.
삽시도와 원산도로 가는 배는 대천항에서 탈 수 있으며 40분에서 1시간 가량 소요된다. 보령시관광안내소(041)932-2023, 930-3672와 대천신항(041)934-8772~4에 문의하면 배 운항시간을 안내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