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유플러스(LG U+)로 이름을 바꾼 통합LG텔레콤이 기업광고로 활용하고 있는 영상의 내용이다. 이 영상은 지난 2008년 영국의 BBC가 남극에서 날아다니는 펭귄을 발견했다며 썼던 자료영상이다. 만우절을 기념해 만든 거짓 영상이었지만 ‘BBC이기에 가능하다’라는 유쾌한 호응이 이어졌다.
LG유플러스의 펭귄 광고는 '재미+'다. 날지 못하는 새 펭귄이 이륙을 선택한 것에는 남다른 꿈이 숨어있다. ‘텔레콤’이라는 거대한 대륙을 딛고 ‘플러스 유’라는 새로운 대륙을 찾아 떠나는 펭귄의 날갯짓에 비장미가 느껴지는 이유다.
텔레콤이란 이름을 떼어내고 고객 중심으로 변모한 LG유플러스의 중심에는 이상철 부회장이 있다. 그는 LG유플러스를 ‘탈통신 세계 일등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통신계열사의 통합논의가 있던 지난해부터 ‘IT왕국 재건’을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공멸이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대륙으로 나가겠다
“엄동설한에 춘매는 움트고, 강한 햇빛의 그늘이 더 짙다.”
이 부회장의 블로그에는 이와 같은 글귀가 적혀있다.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 지금이 인생의 최하점이라고 하더라도 곧 새로운 날이 올 것이다”라는 의미로 그가 모토로 삼고 있는 글이다. 광운대학교 총장 시절 때도 종종 이 말을 즐겨 쓰곤 했다.
이제 봄 매화를 틔울 시기가 된 것일까? 이 부회장은 7월 1일 기존 통신시장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DNA로 무장한 탈통신 기업을 공식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날지 못하는 새, 펭귄이 새로운 세상을 찾아 힘차게 날아오르는 것처럼, 집채만 한 범고래가 인간이 만든 망망대해로 가듯이 LG텔레콤은 이제 통신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향해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 부회장이 탈통신을 선언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부회장은 비전 선포식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통신속도가 20년전에 비해 1000배는 빨라졌지만 요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것이 탈통신으로 가는 이유”라면서 “고객이 통신망을 이용해서 버는 가치에서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 U컨버전스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탈통신의 핵심인 U컨버전스는 장소와 단말기에 상관없이 다양한 IT기기를 연결해주는 고객 융합형 서비스다. U컨버전스가 탈통신의 비전을 이루는 시작이지만 그렇다고 통신을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통신에 더 과감한 투자를 함으로써 통신의 영역을 벗어나려는 시도다.
구체적으로 보면 무선랜과 무선공유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ACN(AP 중심의 네크워크)을 2012년까지 가정과 기업에 250만~280만개를 설치하고, 무선랜 접속이 가능한 핫스팟존도 올해 1만1000여곳을 시작으로 5만여곳까지 확대한다. 유무선으로 자유롭게 인터넷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뒤에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부회장은 “탈통신의 기본 인프라는 최근 발표한 '온국민은yo' 요금제와 와이파이 중심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며 “개별 단말기에서 슈퍼컴퓨터에 접속해 데이터를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면 탈통신 프로젝트의 실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통신의 시작은 소통경영
지난 3월 LG텔레콤 광주 액세스망 운영팀 곽태영 과장의 집에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이 부회장이 방문한 것이다. 올해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민혁군이 ‘부회장님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다’는 사연을 보내자 이를 본 부회장이 한걸음에 찾아간 것.
이 부회장은 민혁군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아빠가 바쁜 회사일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다” 면서 “아빠와 함께 가족 모두가 자랑할 수 있는 훌륭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외에도 이 부회장은 방문 기간 동안 고객센터에서 상담사와 함께 동석 근무를 하며 고객들의 상담전화를 직접 받고 응대하는 등 현장을 뛰었다.
그는 대표적인 소통경영자다. CEO 인사에서부터 현장 직원까지 일일이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내부 단결을 강조하는 인화형 인물이다. 흔히 삼국지의 유비에 비유되는 이유도 소통을 경영에 중요한 모티프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블로그 운영이다. 대기업의 CEO로는 드물게 이상철닷컴(leesangchul.com)이라는 자체 블로그를 꾸준히 관리한다. 그의 글에 댓글이 달리면 답변을 해주기도 한다. 자신을 자유인 이상철이라고 표현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소통을 중시하는 지 짐작할 만하다.
업계는 이 부회장의 탈통신 선언이 그의 경영 스타일에서 기인했다는 시각이 많다. 일단 자신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놓고 판을 키우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한국통신프리텔 시절부터 소통을 바탕으로 회사를 PCS 분야 선두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3개사(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의 화합을 이뤄내면서 한정된 통신시장의 돌파구를 찾는 적임자라는 데도 이견이 없다. 결과만 남은 셈이다. 통신의 DNA를 바꾸기 위해 통신의 소통의 카드를 꺼내든 이 부회장의 결단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