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2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세탁편의점 ‘빨래왕자 드라이공주’. 가게 오픈식이 열린 이날, 가게 주인 김현희(42) 사장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고2 아들을 둔 여성가장. ‘아들 하나 잘 크기’만을 바라며 의류잡화점에서 일을 하는 등 끊임없이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지만, 생계를 꾸려나가기에는 턱 없이 모자랐다. 아들의 얼굴을 볼 때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컸다. 좋은 학원을 보내주지 못하는 것도, 다른 집 부모들만큼 해주지 못한다는 것도 속상하기만 했다.
 
그런 김씨가 어엿한 가게의 사장님이 된 것이다. 3평 정도의 좁은 공간이지만 김씨는 “이제는 아들과 함께 살아갈 힘이 생겼다”며 “세상을 다 가진 듯 기쁘다.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해서 빨리 성공하고 싶다”고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불가능해 보이던 꿈. 김 사장이 세탁편의점을 창업하게 된 것은 삼성생명의 ‘여성가장 창업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가능했다. 지난 2002년부터 여성가장의 자립을 위해 창업을 지원해 주기 시작한 지 올해로 8년째. 김 사장이 그 200번째 주인공이다.
 
◆삼성생명 ‘여성가장 창업 지원’, 200원이 모여 만들어 낸 기적
 
“보험 신규계약 한 건마다 200원씩!”
 
삼성생명에서 사회연대은행, 여성가족부 등과 제휴를 맺고 진행하는 ‘여성가장 창업 지원 사업’은 사별, 이혼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여성가장의 홀로서기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20명 정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여성 가장들이 사업을 꾸려갈 수 있도록 창업비를 무상 지원해 주는 것은 물론, 창업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해준다.
 
이를 위한 지원 자금은? 삼성생명 FC(보험설계사) 중 사업 취지에 공감하고 기부금을 납부하는 데 동의한 사람들이 신규 보험 계약을 1건 체결할 때마다 200원씩 기부금이 쌓이게 된다. 여기에 회사 측에서 ‘매칭 기부’한 금액이 합쳐지게 되는 것이다. 올 한해만 하더라도 이렇게 모인 기부금이 총 4억원 정도. 8년간 40억원의 성금이 200명의 여성 가장이 삶의 희망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 준 버팀목이 됐다.
 
서상웅 사회봉사단 차장은 “삼성생명 FC의 약 84%가 기부금 모집에 참여하고 있다”며 “200원은 굉장히 작은 액수지만, 그 정성들이 모이니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자금 지원부터 컨설팅까지, 창업 성공률 74%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히 자금만 지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창업 교육이나 컨설팅까지 책임 지고 지원해 준다는 것. 덕분에 지금까지 지원을 받은 200명의 여성 창업자 중 성공률이 73%에 이른다.
 
서상웅 차장은 “2002년 초기에는 자금만 지원했는데 폐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났다”며 “창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 분들이어서 전문적인 교육 과정과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지금은 창업 후 3년까지 지속적인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창업 컨설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에는 폐업률이 거의 없을 정도”라며 “3년 이상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이 90%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부터 서울 방화동 주택가 골목에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허옥란 사장은 이 사업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허 사장은 남편과 큰아들이 희귀질환을 앓고 있어 가족의 생계를 직접 꾸려가야 하는 여성가장이 됐다. 
 
삼성생명의 지원을 받아 어렵게 창업을 한 이후에도 난관이 많았다. 가게가 대로변에서 한참 떨어진 외진 골목에 위치한 터라 손님을 모으는 데 한계가 컸던 것. 허 사장은 “컨설팅 해주는 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손님들이랑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고객을 대해야 하는지’ 많이 알려줬다”고 밝혔다. 덕분에 손님들과 큰 트러블 한번 일으킨 적 없이, 입소문을 타면서 자연스레 손님도 늘었다는 것. 
 
그가 창업 지원을 받으며 가장 만족했던 부분 역시 ‘창업 교육’과 ‘컨설팅’ 프로그램. “ 사실 창업을 하려니 겁이 났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여성 가장들이 비슷한 심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심사에 붙고 일주일 정도 합숙하며 창업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지는 관심도 없었던 시장의 흐름이나 창업계의 상황 등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어 후에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됐죠. 컨설턴트들이 길잡이 역할을 잘 해주었습니다.” 
 
그는 이제 월수입 350만원 정도로 두 아들을 가르치는 데는 별 문제가 없게 됐다. 그는 “정말 막막했을 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됐다"며 "그냥 나를 ‘도와 준’ 사람들이 아니라 나를  ‘일으켜 세워 준’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 ‘자립 의지’ 만 있다면 창업의 꿈이 현실로
 
한 사람의 창업자를 위해 1~3년간 전면적으로 지원을 해 주다 보니 꽤 까다롭게 지원자를 선정한다. 1년에 두 번, 사업공고를 통해 신청을 받으면 사회연대은행의 창업 전문가들을 통해 심사를 진행한다.
 
이후 삼성생명 측에서 직접 현장 인터뷰를 하면서 신청자와 심층 면접을 거친다. 실제로 가정형편이 얼마나 어려운지, 자립 의지는 얼마나 강한지, 사업을 지원해 준다면 얼마나 잘 해나갈지 등을 자세히 살펴보는 과정이다. 
 
현장 인터뷰를 하다 보면 구구 절절한 사연 또한 많다. “식당에서 일하며 집도 없이 식당 쪽방에 거주하던 아주머니도 있었습니다. 꿈이 아들과 함께 살 방 하나 딸린 작은 음식점을 차리는 거였지요. 지금은 음식점을 차려서 안정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상웅 차장은 "현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 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립에 대한 의지’와 ‘사업의 현실성’이 가장 중요하다. 서 차장은 “자립의지와 그 동안 일해 온 경력, 전문 기술 등을 눈 여겨 본다"며 "이를 모두 고려해 실제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이런 심사 과정만 한달 넘게 진행된다.
 
물론 전문기술이 없는 경우에도 대비책은 있다. 서 차장은 “이미 성공한 음식점 등에서 일정기간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도록 교육을 하기도 한다”며 “실제로 우리 사업을 지원 받아 성공한 쭈꾸미 집에서 노하우를 전수 받은 이들이 같은 상호명으로 창업해 지금 3호점까지 운영 중이다”고 소개했다.
 
서 차장은 "지금도 도움이 절실하고, 조금만 도와주면 자립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앞으로 지원을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