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홍두깨 같은 두꺼운 그립을 장착한 퍼터로 관심을 끌었던 그는 이번엔 그립이 두개 장착된 별난 퍼터를 들고 나왔다. 그립 하나는 샤프트 끝에, 다른 하나는 샤프트 중간에 있는 퍼터였다. 보통 퍼터보다 두배나 무거운 이 퍼터는 미국골프협회(USGA)의 승인도 받았다고 한다.
퍼터도 퍼터지만 어드레스도 특이했다. 보통 퍼터는 몸을 중심으로 좌우로 시계추 운동을 하게 돼있는데 그의 스트로크 자세는 망치 같은 막대기로 공을 쳐서 기둥 문을 통과시키는 경기인 게이트볼을 연상케 했다.
그는 PGA 투어 존 디어 클래식에서도 이 퍼터를 사용했으나 컷 탈락했고, 디 오픈에서도 컷 탈락했다. 톰 왓슨, 데이비스 러브3세, 짐 퓨릭, 저스틴 레너드, 포드리그 헤링턴, 폴 로리, 팀 클라크 같은 쟁쟁한 선수들도 탈락했으니 그의 탈락을 희한한 퍼터 탓만으로 돌릴 일은 아니다. 최경주도 "처음 이 퍼터를 사용했을 때 100% 만족하지는 못했지만 이 퍼터의 이론을 믿고 있기 때문에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다음 주에 열린 EPGA투어 노르디 스칸디나비아 마스터스에서 그는 예전의 퍼터와 자세로 돌아갔다. 10 언더파로 공동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임한 그는 무려 6타를 까먹고 13위로 주저앉았다.
이 퍼터 저 퍼터로 오락가락 하는 것을 보면 최경주 선수가 어지간히 퍼팅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모양이다.
11년 동안 스코티 캐머런의 '뉴포트 2' 퍼터를 사용해온 타이거 우즈도 디 오픈에 참가하면서 나이키의 '메소트 퍼터'를 들고 나왔다. 우즈는 "그린이 빠르면 기존 뉴포트2가 편한데 느린 그린에서는 늘 퍼터를 바꾸고 싶은 충동을 느껴왔다"며 "이번 그린은 빠르지 않아 퍼터를 바꾸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 역시 새 퍼터로 재미를 못 봤다.
단 하나의 퍼터로 디 오픈 4회 제패를 비롯해 평생의 골프를 즐겨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바비 로크(Bobby Lock)가 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골프장비가 쏟아지는 현대에 단 하나의 퍼터를 사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번에 자신에게 딱 맞는 골프클럽을 만난다는 것은 로또 당첨 이상의 행운이다. 클럽 메이커에서는 다양한 사양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개개인의 다양하게 미세한 신체 및 스윙 특성을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엔 맞춤클럽이란 게 생겨서 헤드 샤프트 그립 등을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 조합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왜냐면 한사람의 스윙은 어느 하나의 유형으로 고정돼 있지 않고 몸의 컨디션 변화와 나이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맞춤클럽 역시 완벽한 정답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경주나 타이거 우즈가 새로운 퍼터를 들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일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골프채를 찾아 헤맨다는 것은 그만큼 골프열정이 뜨겁다는 반증이기도 한다. 궁합이 맞는 클럽을 찾아 헤매는 일은 그 끝이 좋든 나쁘든 골퍼의 숙명이다. 그러나 아무리 궁합이 맞는 클럽을 만났다 해도 육신의 일부처럼 익숙하게 만들지 않고선 쓰던 클럽만 못하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