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인 입추도 지났건만 더위는 좀처럼 기세를 누그러트릴 줄 모른다. 도심은 열섬현상이 더해 그야말로 거대한 찜통이다. 도심을 흐르는 청계천에 몸을 담그거나, 분수에 뛰어드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길이 부러움으로 가득하다. 외출했다 돌아오는 직장인들 입에선 돱사무실이 천국이다돲란 말이 절로 나온다. 남부 일부지방이 37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적도지방 보다도 뜨거운 날씨를 기록하는 등 더위는 연일 신기록 행진이다.
주말을 이용해 잠시 더위를 피할 요량이라면 피서인파로 북적대는 유명 계곡이나 바닷가보다 나무와 함께 숨쉬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수목원이나 숲이 제격이다. 나무 그늘을 걷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자연의 바람과 내음은 에어컨으로 냉랭해진 몸과 마음에 편안한 기운을 불어 넣어준다. 또 나무에서 품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삼림욕은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인체 면역기능을 강화해 주는 효능을 갖고 있다.
이미 휴가를 다녀 왔거나 늦은 휴가를 계획 중인 직장인들에게 가족과 함께 더위를 피해 가볍게 다녀올 나들이 장소를 소개한다.
한국 최초의 수목원 홍릉수목원
수목원과 숲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굳이 자가용을 가지고 가지 않아도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용이하다. 대표적인 곳이 홍릉수목원(www.kfri.go.kr/cms/133.do)이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있는 홍릉수목원은 1922년 명성왕후의 능이 있던 홍릉 지역에 임업시험장을 설립하면서 조성된 한국 최초의 수목원이다. 오리나무 물갬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이 수목원 전체 숲을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고, 국내 자생수목인 잣나무, 전나무 등을 소나무 숲 아래에 식재하여 복층림 구조를 이루고 있어 마치 깊은 산 중의 숲길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능 주변에 잘 가꿔진 숲길을 따라 가족, 연인과 함께 숲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삼림욕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다. 도시를 벗어나지 않고도 일상의 피로를 털어내고 차분하게 한주일을 준비하고 다질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보내기에 적절하다.
홍릉수목원은 현재 북한 지역 자생 수종을 제외한 총 157과 2035종의 국내 식물 2만여 개체를 수집, 식재하여 전시하고 있다. 또 석엽 등 각종 표본 4245종도 소장하고 있고 국내외 여러 식물 유전자원을 수집해 기초식물 학문분야 발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주 토, 일요일 일반에 공개한다. 1호선 청량리역에서 가까우며, 주변에 세종대왕기념관과 영휘원 등도 둘러볼 만하다.
우리 꽃 우리 나무의 '보고' 광릉 국립수목원
수목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광릉 국립수목원(www.kna.go.kr)이다. 1468년 세조대왕 능림으로 지정된 이래 540여년 동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오고 있는 광릉숲은 우리 꽃 우리 나무의 보고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 대표 수목원이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1018ha에 달하는 드넓은 자연림과 산림박물관, 난대온실,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1987년 개관한 산림박물관은 우리나라 산림과 임업의 역사와 현황, 미래를 설명하는 각종 임업사료와 유물, 목제품 등 1만여점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어 우리 꽃 우리 나무에 대한 학습의 기회가 된다.
입구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는 국내외 식물 및 곤충표본, 야생동물 표본, 식물종자 등 40만점 이상이 체계적으로 저장 관리되고 있는 산림생물표본관 등이 있다. 수목원은 전체가 거대한 산림 자연박물관으로 도시인들에게 휴식과 교육의 장으로 훌륭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습지식물원을 지나면 귀틀집과 숲생태관찰로, 산림욕을 할 수 있는 산책 코스가 있고, 숲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백두산 호랑이가 있는 산림동물원도 있어 자녀들과 함께 호젓하고 흥미로운 나들이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청량리나 강변역에서 버스를 이용, 광릉내까지 간 다음 버스를 갈아 타고 광릉에서 내려 10여분 걸어가면 수목원 입구가 나온다. 토, 일, 국경일엔 휴원한다.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을 해야 입장할 수 있다.
호젓한 꽃구경과 나뭇길 산책
경기도엔 이름이 꽤 알려진 민간 수목원이 몇군데 있다. 대표적인 곳이 가평 아침고요수목원(www.morningcalm.co.kr)과 용인 한택식물원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곳이라 날짜를 잘못 선택해서 가면 '꽃 반 사람 반'이 되기 십상이다.
호젓한 꽃구경과 나뭇길 산책을 원한다면 비교적 덜 알려진 곳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멀리는 태안반도 한켠에 자리잡은 천리포수목원(www.chollipo.org)도 있지만 교통편과 거리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결코 후회없는 선택으로 고즈넉한 수목원의 하루를 즐기기에 맞춤의 장소다.
용인 한택식물원(www.hantaek.co.kr)은 1981년 문을 연 자생식물원으로 구릉마다 우리 꽃을 심어놓아 그야말로 '꽃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일반에 개방한 뒤 우리 꽃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세계 여러나라의 희귀식물을 전시하는 행사를 갖는 등 다양한 이벤트로 꽃과 나무사랑을 전파하고 있다. 잘 닦여진 산책로와 꽃길, 그리고 계절식물에 대한 친절한 설명 등으로 가족 나들이에 적당한 식물원이다. 용인이나 백암에서 식물원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경기도 오산시 수청동에 있는 오산 물향기수목원(mulhyanggi.gg.go.kr)은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수목원으로 2006년 5월에 개원한 수목원계의 '신상'이다. 지역 및 식물 특성에 따라 20개의 주제원(무궁화원, 분재원, 소나무원 등)과 1700여종의 식물로 조성돼 있다. 산림전시관은 산림과 습지의 생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자연과 인간에 대한 교육과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전원도시로 알려진 양평에도 세미원(www.semiwon.or.kr)이라는 수목원이 있다.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에 마치 정원처럼 다소곳하게 자리잡고 있다. '세미원'이라는 이름은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흐르는 한강물을 보면서 마음을 깨끗이 하자는 뜻에서 모든 길이 빨래판으로 조성됐고, 연꽃을 보며 감상할 수 있도록 시와 그림이 전시돼 있다.
중앙선 양수리역에서 내려 시원한 강바람 맞으며 700m만 걸으면 된다. 교통 체증 없이 즐길 수 있는 낭만 가득한 기차여행은 덤이다. 청량리나 강변역에서 양수리까지 가는 버스를 타도 된다.
새로운 생태관광지 완도수목원
새벽 안개에 휩싸인 몽환적 풍경의 보성 차밭, 다산의 혼이 살아 숨쉬는 다산초당, 소설 <태백산맥>에서 아련한 사랑으로 기억되는 벌교 소화다리, 그리고 땅끝을 보듬고 있는 아름다운 절 미황사. 모두 '대한민국 여행 1번지' 남도를 대표하는 명소다.
대한민국 여행 1번지 남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또하나 생겼다. 국내 유일의 난대림 수목원인 전남 완도수목원(www.wando-arboretum.go.kr)이다. 붉가시, 황칠, 생달, 녹나무 등 희귀 난대수종 750여종이 자생하는 우거진 숲과 청정한 남해 바다가 어우러져 사계절 푸르름을 간직한 이국적인 풍경이 남도의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전해주고 있다. 특히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수목원 전경과 바다 풍경이 압권이다.
또 국내에서 가장 큰 '한옥형 산림박물관'을 비롯해 야자, 선인장 등 아열대 식물이 서식하는 '유리온실'을 갖추고 있으며, 청정한 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과 잘 정비된 난대림 탐방로 등 볼거리와 함께 편의성도 뛰어나 남도 여행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추가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가까운 강진 백련사 동백림도 볼 만하다. 완도 원동에서 하차, 택시를 이용하거나 약 5km 바다를 벗삼아 걸으면 수목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