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많다. 선진국의 더블딥 우려가 부각되면서 선진국 증시가 조정을 받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졌고, 펀드 환매로 투신권도 주식을 사는 날보다 파는 날이 더 많은 상황이다. 특히 시장을 이끌어 왔던 IT 등 주도주는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로 오히려 시장에서 소외되면서 시장은 탄력을 잃은 모습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눈에 띄게 탄력적인 상승을 보이고 있는 주식들이 있다. 지주회사들이다.
◆지주사, 하반기 평균 수익률 18.7%
지주사 주식은 하반기에 평균 2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증권사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증시를 호령하던 '7공주'를 대신할 주력 종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 LG, CJ, SK, LS, 두산, 한화 등 주요 지주회사들의 상반기 주가 성적표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코스피지수가 상반기 동안 0.9% 상승했지만 이들 지주사들은 평균 7.3% 하락했다. LS와 한화는 20%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상반기 증시의 지진아였던 이들은 하반기에 완전히 달라졌다. 하반기 이후 상승률(8월26일 종가 기준)은 평균 18.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1.9%)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CJ가 36.5% 올랐고 LG(29.5%), LS(25.0%) 등은 20%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화도 16.8% 상승했다.
◆왜 지주사인가
지주사의 주가는 자회사들의 가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통상 자회사의 주가에 후행하는 경향이 강하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볼 때 지주회사의 주가는 기존 주도주의 모멘텀 축소 국면이나 중소형주의 대형주 대비 강세 등 주도주에 비해 저평가 받던 섹터 및 기업들의 주가 강세 국면에서 초과 수익을 올렸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는 지주회사 주가의 자회사 대비 후행성과 연관이 깊다"고 밝혔다. 가령 LG화학이나 LG전자에 모멘텀이 발생하면 곧바로 그 주식을 매수하기 때문에 이들 자회사의 주가가 오르지만 어느 정도 오르고 쉴 때가 되면 상승한 자회사의 가치를 반영해 지주회사의 주가가 오른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주도주의 움직임이 둔화된 하반기는 지주회사의 가치가 빛을 발할 시점이다.
또 한가지는 비상장사 계열사들의 상장 움직임이다. 금융위기로 위축됐던 시장이 살아나면서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삼성생명이 상장됐고 이밖에도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졌다.
상장이 활발해지면 지주회사 내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최근 증시에 입성한 삼성생명의 조달청 역인 '아이마켓코리아' 덕분에 LG그룹의 서브원이 주목받는 식이다. 비교 대상이 없던 비상장사의 경우 경쟁사가 상장되면 가치를 재평가 받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지주회사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LG,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LG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LG전자 등 전자 계열사다. LG전자는 스마트폰 경쟁력, TV 사업의 부진 등으로 올해 내내 부진했다. 이 때문에 LG 주가도 이의 영향을 받아 상반기에 힘을 쓰지 못했다.
LG전자에 특별한 변화가 생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LG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자 계열사의 부진을 화학 계열사와 비상장 계열사들이 만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상장사들의 실적 개선과 경쟁회사들의 상장으로 인한 재평가가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LG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4인방으로 불리는 실트론, LG CNS, LG MMA, 서브원의 실적은 2분기에 급증했다.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실트론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80.7% 증가한 것을 비롯해 LG CNS 322.6%, LG MM 138.1%, 서브원이 30.1%의 증가율을 각각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러브콜은 이어지고 있다. 삼성, 대신, 하이, 메리츠종금, 우리투자, KTB투자증권 등이 목표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저평가된 장부가로 산정된 비상장 자회사들의 가치는 상장된 동종업체들의 밸류에이션 수준까지 추가적인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며 "아직도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CJ, 엔터테인먼트사업의 부상
LG 못지않게 증권사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지주사가 CJ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하반기 들어 CJ의 목표가를 상향 조정하며 적극적인 매수를 권하고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부문이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CJ의 가치를 재평가하도록 만들고 있다. CJ의 자회사 포트폴리오는 크게 식품 및 식품서비스, 홈쇼핑 및 물류 등 신유통, 그리고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등 크게 3가지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전체 사업 순이익에서 약 12%를 차지하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군은 부진했다. 이 점이 CJ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왔다.
하지만 올해 2분기에 CJ엔터테인먼트와 CJ미디어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메인투자 영화 흥행 성공 및 경기회복에 의한 광고 증가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흑자전환은 시스템 안정화로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 발휘로 미디어 부문의 자산가치 상승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LS, 중국 성장과 함께 큰다
LS도 하반기 들어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인 지주사 중 하나다. 최근 중국의 초고압 전력망 구축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수혜가 기대되면서 모멘텀이 발생했다. 내년부터 5년간 총 47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에 따라 중국의 호개건기를 보유한 LS산전과 홍치전기를 보유한 LS전선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LS전선, 수페리어 에식스, LS산전, LS엠트론, LS니꼬동제련 등 자회사들의 실적도 모두 크게 개선되고 있다.
전용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 정책은 필연적으로 중국의 전력소비 증가를 초래하고 이는 다시 전력선 및 전력기기 수요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미 중국 전선업체를 인수해 교두보를 확보한 LS전선에 유리하고 LS전선 자회사인 중국법인의 매출 1조 달성 시점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