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금융위기의 암운이 여전히 걷히지 않았다는 비관적인 전망과 경기가 회복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을 때, 무겁게 입을 뗀 이가 있었다. 바로 뉴욕대 교수 누리엘 루비니였다. 그는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세계 경제위기의 2막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하면서 각국의 위기대응책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통렬히 비판했다.

<위기 경제학>은 이와 같이 날카로운 예측과 신랄한 비판을 멈추지 않는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가 정치경제 칼럼니스트 스티븐 미흠과 손잡고, 2008년 금융위기와 그 이후의 경제상황에 대해 해부한 책이다.

<위기 경제학>은 경제위기가 몇가지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무수히 반복돼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규정하면서, 역사 속 '위기 경제'의 실체를 조명하고 지난 위기들이 왜 발생했는지 그 원인을 낱낱이 파헤친다. 특히 자본주의의 수세기를 빠르게 훑으면서 어떻게 호황과 불황의 패턴을 예측할 수 있는지 짚어낸다.

저자는 경제위기란 허리케인과 같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유형이지만 때로는 방향을 바꿔 잠잠해지거나 작은 경고만 남긴 채 제 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경제적 태풍을 추적하고 확인할 수 있을지, 확실한 근거를 통해 예측할 수 있을지, 그래서 피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고 이를 위한 방법과 숨은 원칙을 찾아본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한국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유망한 신흥경제국 집단을 일컫는 BRIC국가군(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한국(Korea)이 포함돼 BRICK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은 정교한 첨단기술로 무장한 경제대국으로서 혁신적이고 역동적이며 숙련된 노동력을 보유한 국가라는 점이 그 이유다. 이러한 낙관적인 예측의 유일한 걸림돌이 바로 북한인데, 만일 북한이 붕괴된다면 한국은 굶주린 난민들로 넘쳐나게 될 것이라는 섬뜩한 주장을 내놓는다.

이 책은 최근의 위기가 과거와 달리 복잡한 원인을 갖고 독특한 양상을 띠기 때문에 단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학 개념을 받아들이라고 충고하며, 과거의 위기를 통해 교훈을 얻는 한편 최근의 위기가 과거와 다른 부분이 어디인지 눈여겨보라고 이야기한다. 나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위기의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대책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반드시 필요한 금융개혁의 청사진을 그리며 미래를 예측한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위기에서 벗어나는 로드맵을 제시하며, 늪 속으로 빠져들지 않고 그곳에서 안전하게 빠져 나오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비록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대해 비관적인 관측을 하고 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위기를 개혁의 기회로 삼으라고 말한다. 분명 경제위기를 막아내기 위해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스티븐 미흠 공저/청림출판 펴냄/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