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위계사회다. 권위를 확립하고, 자원을 배분하고, 업무를 할당하고, 관계를 정의하고, 조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잘 작동해왔다. 하지만 전통적인 위계조직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위계조직은 대개 관료적이며, 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하지 못한다. 때문에 혁신, 가치 창조, 소비자 관계를 위해 인적 자본을 자유롭게 활용할 필요가 있는 오늘날에는 이 방식이 점점 더 미흡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군중, 대규모협력, 기업 생태계,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해야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스마트 스웜>은 개미, 벌 등 곤충집단의 행동을 통해서 효율적인 조직 운영 원리를 밝히고 있다.

개미나 벌, 새의 무리와 같은 대규모 집단은 지휘나 감독체계 없이 각각의 개체가 단순한 규칙에 따라 주고받는 상호작용만으로도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책은 이처럼 리더 없이도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무리를 '스마트 스웜(the smart swarm)'이라 이름 한다. 아울러 치밀하고 섬세한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전한 영리한 무리의 행동 원리 속에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는 창조와 혁신의 지혜가 있음을 실제 사례를 통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개미, 벌, 흰개미 같은 사회성 곤충은 문제 해결 과제를 많은 개체에 분산시킨다. 각 개체는 단순한 명령에 따라 행동할 뿐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책임자가 없으며 남이 무엇을 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자도 없다. 저자는 자기 조직화, 지식의 다양성, 간접 협동, 적응 모방이라는 네가지 원리로 영리한 무리의 행동패턴을 분류하는데, 이는 웹 2.0을 기반으로 한 위키피디아, 유튜브 그리고 최근 부각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 현상에 대한 과학적 원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지금까지 위키피디아, 유튜브와 같이 대중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집단지능을 강조하는 비즈니즈 모델은 그 성공에 대한 사례 분석만 있었을 뿐 과학적 원리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자연 자체에 존재하는 역동적이고 복잡한 협력 체계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으며, 복잡계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는 일에 자연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물론 무리가 다 영리한 것은 아니다. 집단 행동에도 어두운 이면이 있다. 이 책에서는 메뚜기 집단을 예로 들고 있다. 왜 평화로운 메뚜기집단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닥치는대로 먹어 치우는 해충이 되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은 순례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군중 참사를 조사한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인간의 본능이 어떻게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지도 알아보고 있다. 아울러 그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도 살펴본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조직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피터 밀러 지음/김영사 펴냄/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