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뿐 아니라 상당수 주식투자자들이 삼성생명의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지난 1998년 삼성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주당 70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기도 했으니 공모가가 11만원은 그야말로 '껌값'이나 다름없었다. 이때문에 삼성생명은 상장 당시 무려 19조8444억원이 청약증거금으로 몰렸으며, 상장 첫날에는 시가총액 22조8000억원으로 시총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주식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5월18일 현재 삼성생명의 공모가 대비 12.09% 하락한 상태다. 삼성생명 주가가 공모가를 웃돈 기간은 한달 남짓뿐이다. 박씨는 계속 떨어지는 삼성생명 주가를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래도 삼성생명의 성장성과 삼성이란 브랜드 가치를 믿는 만큼 장기간 투자하겠다는 각오다.
증시전문가들 역시 삼성생명의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금이 오히려 삼성생명을 저가 매수 할 수 있는 기회란 견해도 있다.
◆오버행 이슈가 주가상승 걸림돌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 주가가 뒷걸음질 치는 이유로 금융업종의 전반적인 소외, 오버행(overhang 대량의 대기물량) 이슈, 2010년 신계약가치 감소에 대한 우려, 금리하락 및 삼성전자 주가 부진 등을 꼽았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오버행 이슈로 꼽힌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신세계와 CJ그룹이 각각 11.07%와 5.5%를 보유한 지분의 물량부담"이라며 "상장한 지 1년이 지났으므로 우리사주조합 4.85%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량부담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단기간에 의미 있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이 연구원의 의견이다.
최근 CJ는 대한통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으며,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을 블록세일(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 역시 최근 M&A(인수합병)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현금 확보를 위해 CJ와 신세계가 삼성생명 주식을 언제 팔지 모른다는 우려가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우리사주조합 물량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삼성생명 직원이 주식을 팔 수 없는 보호예수기간이 상장 1년을 지나면서 풀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샀던 직원들의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은퇴시장 성장이 믿는 구석
그래도 증권업계가 삼성생명 주가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은퇴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성용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을 은퇴시장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성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2011 회계연도 APE(연납화보험료) 10% 증대를 통해 순이익 10% 성장이라는 계획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인구구조 변화로 당분간 은퇴시장이 호조세를 보일 전망이므로 주가 상승여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즉시연금을 포함한 일시납보험료가 2010년 4분기에 6180억원 유입되면서 은퇴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장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주었다"며 "브랜드가 중요한 은퇴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더욱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그렇지만 단기간에 삼성생명 주가가 치솟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아울러 현 시점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도 좋다는 의견도 있다.
이병건 연구원은 최근 삼성생명의 목표주가를 낮추면서도 매수의견은 유지했다. 그는 "목표주가를 14만1000원으로 하향했지만, 올해부터 개인연금을 중심으로 은퇴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수 있으므로 매수의견은 유지한다"며 "주가 저평가 기간을 매수시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효선 연구원은 "삼성생명 주가에 닥친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전략에 부합하는 실적을 감안할 때 현 시점은 중장기적으로 저점 매수 타이밍으로 볼 수 있다"며 "물론 오버행 해소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므로 사측의 노력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장효선 연구원은 삼성생명 목표주가로 14만원을 제시했다.
2010년 상장사, 주가 100% 오른 기업은?
비록 삼성생명은 아직까지 주식투자자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했지만, 지난해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기업들도 많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 중 5월18일 현재 공모가 대비 주가상승률이 100%를 넘어선 기업은 11곳이다.
주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조선선재로 공모가 대비 주가상승률은 무려 1164.09%다. 지난해 2월19일 상장한 조선선재의 공모가는 3370원이었지만, 5월18일 현재 4만2600원까지 치솟았다. 피제이메탈은 269.23%의 상승률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락앤락(143.31%) 현대위아(124.62%) 코오롱인더(122.87%) 누리플랜(120%) 휠라코리아(119.43%) 만도(118.67%) 와이솔(114.38%) 부스타(109.29%) 무학(104.42%) 등도 공모가 대비 100% 이상 주가가 오른 기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