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최근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를 강화하는 가운데, 의료업계와 제약업계가 쌍벌제를 놓고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료업계가 쌍벌제의 모호한 기준을 지적하는 반면 제약업계는 이 같은 환경변화에 적극 대처하고 나섰다.

현재 의료업계가 가장 크게 불만을 표출하는 부분은 쌍벌제의 적용범위와 관련해서다. 쌍벌제 시행 이전에는 리베이트 수수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었음에도 검찰과 경찰 등은 그 당시의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어 문제라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사진_뉴스1 한재호 기자

◆ 쌍벌제에 반기 드는 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도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 시행(2010년 11월28일) 이전에는 소액의 리베이트가 제공됐고, 수수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의료인들의 범법 인식수준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따라서 당시의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 도덕적 비판까지는 허용되지만, 과거 사실에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제23조 2)에서는 리베이트 규정과 관련 '의료인이 의약품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짓고 있다. 다만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등의 행위에 있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의 경제적 이익인 경우에는 허용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사협회 측은 "리베이트라는 것이 전부 불법이 되거나 전부 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리베이트의 범법범위를 의료인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울 만큼 명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협회는 정권 교체기라는 점과 리베이트 전담수사반 운영이 오는 4월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검찰이 성과를  내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리베이트 관련사건을 터트리고 이슈화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리베이트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구체적인 잣대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인들만 희생시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의학 발전을 위한 학술활동과 연구활동의 지원행위는 매도되고 업계로부터 경제적인 이익을 받은 모든 의료인이 수사 대상자에 올랐다"며 "이러한 현 상황은 의료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내는 것은 물론 의료산업선진화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의사협회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쌍벌제의 명확한 기준이 모호해지면서 의료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긴 하지만, 잘못된 방식임을 모르고 금품이나 선물 등을 받은 의료인은 없을 것"이라며 "쌍벌제의 모호한 기준을 얘기하기 전에 리베이트 문제부터 바로잡아야만 가격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제약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쌍벌제 기준의 모호함을 주장하는 의사협회는 지난해 진행된 리베이트 근절의 일환으로 치러진 보건의료단체자정선언에 불참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쌍벌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 확립을 요구하면서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 쌍벌제에 능동적인 제약사들

사실 의사협회가 지난해 열린 보건의료단체자정선언에 참석하지 않은 사실을 자주 거론하는 곳은 일부 제약사들이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제약사들은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및 쌍벌제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검찰과 경찰이 리베이트 수사를 확대함에 따라 제약사들은 자사 마케팅 방식에 문제가 있는지 법률자문을 받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제약사들은 자사 실무자를 대상으로 공정경쟁규약에 대한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쌍벌제에 대해 능동적인 대처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협회 역시 회원사들에게 투명한 영업을 권장함과 동시에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운동에 동참하는 등 다소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의료인과 제약사의 관계는 암묵적인 갑을관계가 성립되고, 의료인 쪽이 갑에 속하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근절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달갑지 않은 모습일 것이라고 속내를 비췄다.

한편 관련업계에서는 제약협회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리베이트 근절 운동에 동참해 온 부분에 대해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평소에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검찰이나 경찰, 공공기관 등이 리베이트 자정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면 그 때만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약협회 관계자는 "의료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얘기"라며 "제약협회를 비롯한 제약사들은 '을'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 하나하나까지 의료업계에 맞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학교폭력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이 또한 현재 제약업계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며 "학교에서 불량스러운 친구한테 폭행을 당했지만 아무한테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 적절한 비유"라고 덧붙였다.
 
◆ 실효성 논란도 제기

이처럼 의료업계와 제약업계가 쌍벌제 적용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선 쌍벌제가 2년 넘게 시행 중이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의약품 리베이트를 받아 적발된 의사는 약 3000명이다. 하지만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는 170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처럼 처벌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미국에서는 의약품 리베이트 행위를 '보건의료 사기'로 취급하며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환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미국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 동안 약 21조원을 (리베이트 행위에 따른 제재금으로) 환수했다"고 말했다.

 
☞ 의약품 리베이트란?

제약사가 의약품 처방 및 판매를 증대할 목적으로 병원(의사), 약국(약사), 다른 제약사 등에게 현금지급, 상품권지급, 수금할인, 식사접대, 골프접대, 물품지원, 시판후조사(PMS)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국민 건강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의료인은 환자에게 적합하고 효과가 좋은 약을 처방해야 하지만, 효능이 떨어지더라도 유사한 성분의 약을 처방할 가능성이 있다. 리베이트 비용은 의약품 가격에 반영돼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