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강에서 본 가상의 신사옥(위)과 LG전자의 미주본사 조감도
"Don't Spoil the Palisades!"(팰리세이즈를 망치지 마라)

LG전자가 미국 뉴저지에 신축 예정인 미주본사 사옥과 관련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현지 환경단체는 물론 언론, 정치인, 경제인 등으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내몰린 탓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LG전자 미주본사는 뉴저지 잉글우드클리프에 8층 건물이 포함된 2개 동(총 높이 143피트·약 44미터)으로 신축될 예정이다. 3년 전 해당부지를 매입한 후 건축관련 절차까지 마친 LG전자로서는 오는 2016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에 속도를 낼 참이었다. 그러나 총 3억달러(3000억원)가 투입되는 이 신사옥 프로젝트는 반대여론에 부딪혀 반년째 첫삽도 뜨지 못했다.

환경단체와 현지주민들은 LG전자의 신사옥 상단부가 팰리세이즈 숲 위로 돌출돼 주변 경치를 훼손한다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팰리세이즈는 뉴저지와 뉴욕을 따라 흐르는 허드슨강 하류에 위치한 절벽으로 이 지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지역언론 "랜드마크 해친다" 부정여론 양산

무엇보다 LG전자 사옥 신축건은 부정적인 여론을 양산하는 현지언론들의 파상공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뉴저지 최대 일간지인 스타레저는 지난 8일 '팰리세이즈를 보호하라'는 사설을 통해 "LG전자의 3억달러 프로젝트인 143피트의 빌딩이 팰리세이즈 숲보다 두배나 높아 팰리세이즈의 경관을 영원히 바꿀 것"이라고 비꼬았다.

앞서 뉴욕타임스도 6월23일자 '팰리세이즈를 망치지 마라'는 사설을 실으며 "허드슨강 건너 팰리세이즈 숲의 풍치는 뉴욕과 뉴저지 주지사들이 100년 넘게 보호해온 곳"이라며 "LG전자가 이 지역의 고도제한 규정(11m)을 넘어 이보다 4배 높은 44m의 고층빌딩을 지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44m에 불과한 LG전자의 신축 사옥을 '타워'라고 표현하며 "이 건물이 맞은 편인 맨해튼 북쪽에서도 뚜렷이 볼 수 있을 정도로 나무숲을 비집고 튀어나온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주도 속에 LG전자 신사옥을 향한 비난여론이 형성되자 이번에는 현지 정치인들이 '타도 LG'를 외치고 나섰다.  

美환경단체가 워싱턴포스트에 실은 전면광고

◆정치인도 가세 "신축사옥 계획 재고하라"

뉴욕타임스의 사설이 실린지 사흘만인 지난 6월26일 스콧 스트링거 맨해튼 보로장과 루벤 디아즈 주니어 브롱스 보로장은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LG전자를 설득해 팰리세이즈 숲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보다 앞서 6월 초에는 토머스 킨,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 등 전직 주지사 4명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앞으로 '신축사옥 계획을 재고해달라'는 서한을 직접 발송하며 신축 철회를 요구했다.

같은 시기 미국 환경청도 사옥 건설을 지지하던 기존 태도를 바꿔 현재의 설계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환경청의 주디스 엔크 뉴욕소장은 "팰리세이즈의 조망권은 중요하기 때문에 고층 빌딩 건축에 따른 역효과를 용인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환경청은 지난해 12월 LG전자 사옥안에 대해 "녹지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며 건립을 지지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었다.
 
단순히 건립 반대의사를 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LG전자를 향해 소송을 거는 움직임이 잦아진 것도 현재 LG를 당혹케 하는 부분이다.

LG전자 미주 본사와 잉글우드클리프구청을 상대로 개인이 제기한 소송은 지난해 2건에서 올 들어 4건으로 늘어났다. 최근엔 시민단체인 시닉 허드슨에 이어 뉴저지주 여성클럽 연합과 뉴저지-뉴욕 트레일 콘퍼런스 등 단체 2곳도 새롭게 소송을 제기한 만큼 LG전자 사옥과 관련한 소송은 현재 개인과 단체를 합쳐 총 7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를 자극하는 반발 움직임은 현지 환경단체들이 가장 공격성을 드러내는데, 지난 5월만 해도 신사옥 건설을 중단하라는 대규모 광고를 워싱턴포스트에 실으며 당시 방미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 호소하기까지 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배경으로 한 광고에서 환경단체들은 '박근혜 대통령께, 미국의 랜드마크가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라는 제목을 달고 "LG전자의 신사옥이 지어지면 천혜의 절경이 훼손된다"고 표현했다.
LG전자가 미국현지에 낸 신문광고
◆반격 나선 LG…뉴욕타임스에 항의서한 등 해명

이 같은 '반LG' 진영의 파상 공세 속에 LG전자는 법적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전제로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역민들에게 반LG 기류를 퍼뜨린 뉴욕타임스에 항의서한을 보낸 게 대표적인 행보. LG전자는 "신사옥은 타워가 아니라 옆으로 긴 와이드한 빌딩"이라며 "또 공원내부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 빌딩은 팰리세이즈에서 500m나 떨어진 곳에 세워질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현지 여론을 의식해 LG전자는 뉴욕 정치인들과 뉴욕타임스 사설을 반박하는 신문광고도 실었다. 회사측은 "신사옥이 팰리세이즈 숲 위로 삐져나오는 유일한 건물이라는 스트링거 보로장 등 반대파들의 주장은 허구"라면서 "LG 부지 남단에 건설 중인 두동의 47층 아파트와 북단의 세인트 피터 대학 건물도 숲 바깥쪽에서 보이는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환경단체 등 반대론자들이 웹사이트(www.ProtectThePalisades.org)를 통해 부정적인 여론몰이를 한 것에도 대응해 LG전자 홍보 웹사이트(www.lgenglewoodcliffs.com)를 개설해 "신사옥은 친환경 설계와 전체 부지의 50% 이상을 녹지화한 그린빌딩이며 수백명의 고용을 창출해 지역경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미주본사 사옥은 지난 2년간 뉴저지주 주민공청회를 수차례 열었고 주정부 허가까지 받았다"면서 "현지주민들도 빨리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라고 전했다.
 

석유재벌 록펠러도 외친 '반LG'
 
기업 중에서는 해당지역과 연고가 있는 미국의 금융석유재벌 록펠러 가문이 LG신사옥 건립에 주도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은 18세기 후반 존 록펠러 시니어가 팰리세이즈의 부지를 매입, 재단을 세워 기증하는 등 환경운동을 벌여왔다.
 
록펠러 가문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래리 록펠러 변호사는 "LG 타워는 팰리세이즈의 환상적인 녹색자연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또다른 건물 증축을 불러온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건물신축 반대가 아니라 층수를 조금만 낮춰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래리 록펠러는 록펠러재단이 지원하는 전미자원보호위원회의 변호사이자 위원회 이사로, 환경보호와 관련해 그의 영향력이 막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