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북한의 폐쇄 통보로 개성공단의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남북간 회담이 지난 7월 초부터 진행되고 있지만 18일 현재 4차 회담까지 여전히 입장차가 좁혀지지 못했다.
현재 북한은 '개성공단의 즉각 재개'를 제안했고, 우리 측은 ▲재발방지 ▲신변안전 및 투자재산보호 ▲통행, 통신, 통관 ▲공단의 국제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안 등이 우선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개성공단은 지난 7월11일부터 북한의 허가로 전기전자, 섬유화학, 건설 등의 업종 순으로 개성을 방문해 원자재를 반출했다. 원자재까지 손해를 보지는 않게 돼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문제를 해결할 협상타결까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개성공단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입주기업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생각보다 보관상태가 양호한 편"이라면서도 "오래되다보니 녹이 슬고 기름이 새고 있고 장마철이라 만약에 비라도 샌다면 대책이 없어 갑갑하다"고 호소했다.
◆입주기업 현황은?
지난 4월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이후 생산하던 물량을 국내 또는 해외로 돌려야 했던 입주기업들은 추가 생산공장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날들을 보내야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총 1조566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신고했다. 통일부는 이 중 증빙자료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된 금액을 7067억원으로 낮춰 잡았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은 중국보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완제품을 육로로 수송할 수 있어 운송비가 적게 드는 데다 당일 반출이 가능해 시간이 단축되는 등의 장점이 있다. 따라서 국내나 해외에 대체공장을 급조한다 해도 개성공단이 가진 이러한 혜택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개성공단에서 의류제조업을 했던 한 관계자는 "봉제업은 워낙 인력 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인건비가 비싼 국내에서는 제작을 할 수 없다"며 "북한 노동자들은 사회주의 속에서 경쟁의식이 없지만 주어진 업무는 잘 맡아 처리하고 손재주가 있어 봉제업에 적합했다"고 말했다.
특히 아웃도어 제품 중 신발류의 생산은 대부분 개성공단에서 제작하고 있던 터라 문제가 컸다.
블랙야크는 자사 브랜드인 '마운티아'의 신발을 개성공단에서 생산하고 있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갑작스럽게 중단돼 다른 곳을 급히 섭외해 미얀마와 베트남 등지로 생산라인을 옮겼다"며 "여름 아쿠아 슈즈 샌들은 문제없이 판매하고 있어 아직까지 여파가 크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개성공단이 인건비 등이 저렴하기 때문에 다른 공장으로 이전 시 원가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원가를 안정시키면서도 기술력을 갖춘 공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K2코리아 역시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의 신발을 개성공단에서 제작했던 상황이어서 시급히 다른 공장을 수소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용기를 제작하는 태성산업 역시 개성공단에 발이 묶였다. 특히 화장품 용기틀인 금형이 개성공단에 있어 다시 제작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태성산업의 계열사이자 태성산업 납품 비중이 큰 토니모리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국내의 다른 공장으로 제작 라인을 옮겨야 했다. 토리모리 관계자는 "금형을 새로 제작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중단된 물량을 나눠 나머지 공장에서 수급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입주기업 속내 들어보니…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원칙보다는 실리를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북한 측이 원자재 반출을 허가하고, 이에 대해서는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며 "우리 제품을 차질없이 내보내는 것을 보면 북한이 개성공단을 재개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라고 본다"며 "이런 계기를 틈타서 빨리 협상해야 하는데 인질구축 작전이라는 둥 개성공단이 북한의 달러박스라는 둥 북한을 자극하는 얘기를 국내에서 거듭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남북긴장을 유발하는 말들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며 "개성공단이 잘 나가다가도 중단되고, 보류되는 등 급변하는 시류에 크게 동요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기업입장뿐 아니라 한민족으로서 버릴 수 없는 경제교류의 상생공간"이라며 "이것까지 닫히면 길이 없다. 원칙도 중요하지만 남북교류의 등불을 꺼뜨려서는 절대 안된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 대책에 대해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국이 입주기업에 대한 실상은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며 "입주업체는 뉴스를 통해 돌아가는 사정을 알거나 눈치를 보면서 판단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하소연했다.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은 "개성공단은 정치문제에 민감하게 연루돼 왔다"며 "이번 개성공단 철수 역시 한미군사훈련으로 촉발됐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지금 현 정권에서 남과 북의 관계 개선은 어렵다고 본다"며 "남과 북의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과도한 요구를 하면 관계 개선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보고 아량을 베푸는 정책으로 변해야 한다"며 "남북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인데 지금의 정권은 북한이 고분고분하게 변하면 협력하겠다는 뜻을 관철시키고 있다. 이는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에서 먼저 교류를 하자고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고무적인 상황인데 왜 피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처럼 남한이 개성공단 문제를 회피하는 상황을 만들어선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