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시장에 강한 중풍(中風)이 불고 있다. 삼성이 꽉잡고 있던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현지 업체들이 급성장하고, 저가를 무기로 외산의 진출을 쉬 허용하지 않았던 TV시장에서는 그 벽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실제로 현지업체인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 등은 중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 중이다. TV시장의 경우 삼성전자는 '넘버 3' 안에도 못 들었다. IT기업으로선 규모면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곳이 바로 중국시장. 대륙을 바라보는 삼성, LG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 게 섰거라"… 中기업 가격↓ 기술↑
사용자 4억5000만명(IDC 기준)에 이르는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0% 내외의 점유율로 2012년 1분기부터 8분기 연속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애플(6.3%, 이하 SA 기준), LG전자(0.1%)와 달리 외산 업체로서는 선방하는 셈.
그러나 최근 들어 기술력과 저가로 무장한 현지업체들이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 등이 대표적이다. 레노버는 2012년 1분기 중국시장 점유율이 불과 6.6%에 불과했지만, 그해 4분기 15.6%를 점유하며 1위 삼성과의 격차를 0.7%포인트로 좁혔다.
특히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세계 1위’를 목표로 내세운 만큼, 올해 점유율 상승을 위한 레노버의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시장 점유율 한자릿수와 두자릿수를 왔다갔다하던 화웨이는 2013년 3·4분기 연속 1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는 5.1%의 점유율로 LG전자를 제치고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회사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비록 듀얼OS(안드로이드 OS + 윈도 OS) 출시계획이 최근 백지화 됐으나, 오래지 않아 영토 확장을 위한 또 다른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웨이는 저가뿐 아니라 고가 스마트폰으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최근 MWC2014에서 선보인 고가 스마트폰 '어센드메이트2'가 그 신호탄이다. 화웨이의 이런 움직임이 중저가 스마트폰 위주로 점유율을 높이는 중국업체들에게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샤오미도 주목할 만하다. 샤오미는 시장조사업체 칸타월드패널이 삼성전자와 함께 ‘2013년 중국 스마트폰시장의 승자’로 꼽은 업체. 이 회사는 지난해 최저 1999위안(2543홍콩달러)의 Mi-3 모델을 선보여 2013년 4분기 현지시장 점유율 8%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애플의 점유율은 7.3%였다.
현재 진행 중인 독자 모바일 OS 개발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이 회사는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OS를 아우르는 기업이 된다. 가격 경쟁력에 OS 기술력까지 더해지면 시장에서 샤오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하는 중국 현지업체들을 바라보는 삼성전자의 입장은 아직 여유롭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지 업체의 추격은 계속돼 왔지만 여전히 중국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현지 기업의 점유율 격차는 크다”며 “삼성은 다른 경쟁사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TV시장은 5위까지 中기업… 삼성·LG 철옹성 뚫을까
중국 현지기업의 강세는 스마트폰시장뿐 아니라 TV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중국 TV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6.5% 성장한 285억달러. 같은 기간 전세계 TV시장 규모는 10% 줄었다. 제조사로서는 꼭 뚫어야 하는 시장인 셈이다.
하지만 현지기업들이 쉽사리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2013년 말 기준, 중국 평판TV시장 판매율 톱5는 모두 중국 업체(하이센스, 스카이워스, TCL, 창홍, 콩카) 차지였다. 전세계시장에서 날고 기는 삼성전자도 이 시장에서는 6위다. 5개 로컬업체가 약 70%를 점유하고 있고, 삼성이 7.1%, LG전자가 2.4%(10위)를 점유 중이다.
왜 그럴까. 넓은 영토에서 비롯된 복잡한 유통체계, 현지업체들의 저가 공세, 압도적인 내수시장 등 외산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삼성의 디지털프라자, LG전자의 베스트숍처럼 제조사가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양판점 위주로 판매되는 구조”라며 “수많은 도시에 산재하는 양판점들을 모두 뚫기 쉽지 않고, 무엇보다 저가로 공급하는 현지 TV업체들이 많아 싸움 자체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삼성은 뚫기 쉽지 않은 저가시장과 프리미엄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LG전자는 프리미엄 집중 공략 전략을 선택했다. 프리미엄급인 50인치 TV시장에서는 싸워 볼 만 하다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 현재 중국 50인치 TV시장 톱3는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창홍 등 현지기업이며 삼성이 그 뒤를 쫓고 있다. LG전자는 9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저가형 TV 없이 프리미엄급만 있었는데 올해 보급형 신제품이 나왔다”면서 “보급형 제품을 계속 출시해 투트랙 전략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중국시장에서 보급형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은 아니다. 보급형 판매 수익보다 프리미엄 판매 수익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늘리기보다 이익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올해 중국 프리미엄시장에서 다양한 라인업을 내놓는다. 저가로 중국업체와 싸우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TV가 아예 없는 가구보다는 두대 이상 보유 가능한 고객들의 지갑을 공략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현지에서는 강하지만 세계 TV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며 “현지 기업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과는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