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불법 보조금 근절을 위해 일제히 '이통시장 안정화대책'을 내놨지만 욕만 먹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책 시행일정도, 책임자도 불명확한 '無대책'이었기 때문.


지난 3월 20일 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과 임헌문 KT 커스터머부문장, 황현식 LG유플러스 MS본부장은 미래부 기자실에서 '이동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보조금 중심의 판매행태에서 탈피해 국민과 고객의 편익을 최우선 고려하고 서비스 중심의 건전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겠다", "편법·우회적 보조금 지급을 일체 중단하겠다"는 등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선언만 되풀이했다.

굳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유통점들의 위반행위가 발견되면 해당점에 대해 전산을 끊어버리는 등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점이다. "3사가 보조금 중심 경쟁을 종결하더라도 대리점 간의 불법경쟁이 있을 수 있으니 같이 관리를 하겠다는 차원이지 유통망에 책임을 더 많이 묻겠다는 건 아니다"는 게 이통사의 변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옛말을 빌리자면 "잘못은 왕서방(이통사)이 하고 매는 곰(대리점 등 유통점)이 맞는' 격이다.

그간 대리점 등 휴대폰 유통점들은 이통사로부터 '하달'되는 게릴라성 보조금정책에 따라 고객에게 페이백(pay back: 추후 가입자 계좌로 현금 지급) 등을 동원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대리점주들이 이번 대책에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대리점주는 "'어제 100만원 보조금 떴던데 얼마예요?'라는 전화가 걸려오면 우리도 그제서야 안다"며 "이동통신사들의 점유율 싸움과 무자비한 보조금정책 때문에 대리점주만 '불법 폰팔이' 취급을 받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인식은 이와 다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시장이 이렇게 지저분해진 건 판매점들 때문"이라며 "그들이 다 망치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통사와 대리점이 서로에게 화살을 겨누는 지금, 과연 이들의 안중에 '소비자'라는 단어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 대책을 무대책으로 만드는 또다른 요인은 대책 시행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확한 일정은 제시가 안 됐다. 그러나 이통 3사가 이번 방안에 대해 합의한 만큼 시행이 용이하거나 빨리 할 수 있는 부분은 속도를 내겠다"는 게 윤원영 SKT 부문장의 설명이다.

대책 미이행 시 잘못을 따져 물어야 할 구체적인 책임자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통 3사가 참여하는 '공동시장 감시단'을 꾸려 이통사와 유통망의 대책 이행여부를 점검하겠다는 대목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빗발친다.

이통사는 과다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영업정지'와 '과징금'이라는 정부의 철퇴를 몇번이나 맞았다. 이쯤 됐으면 좀 더 세련된 방안을 내놨어야 하지 않을까. 실효성 없는 구호, 진정성 없는 반성문은 모두를 지치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