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뉴욕 검찰은 최근 7개 이상의 HFT업체들에 소환장을 발부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는 이미 1년 전부터 HFT의 부당성에 대한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HFT가 무엇이기에 글로벌 증권시장의 중심지인 월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일까.
◆ 컴퓨터, 주식시장을 지배하다
HFT는 초단타매매로도 자주 오기되지만 하루에 몇차례 주식을 사고 파는 데이트레이딩, 혹은 주식을 초나 분 단위로 매매하는 스캘핑과는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극초단타매매’다.
HFT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주식이나 파생상품을 초당 많게는 수천건씩 매매한다는 점이다. 사전에 설정된 특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고성능의 컴퓨터가 초고속으로 주문을 내서 매매거래를 하는 것. HFT는 일반적으로 컴퓨터로 짜둔 알고리즘을 통해 빠른 속도로 주문을 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 사이의 가격 차이로 매매해 수익을 거두도록 설계됐다.
HFT의 장점은 보다 신속하게 매매체결을 할 수 있고, 착오거래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주 짧은 시간 주식의 가격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람은 대응하기 어렵지만 컴퓨터는 대응이 가능하다.
어떤 식으로 설정해놨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난 2009년 1월1일부터 2013년 12월31일까지 총 1238거래일 가운데 단 하루를 제외한 1237거래일 동안 플러스 수익률을 올린 회사도 있다.
뉴욕의 버투파이낸셜이다. 이 회사가 지난 3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신청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6억6450만달러로 전년보다 8% 증가했다. 미국 주식에서 올린 매출이 1억111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상품에서 9490만달러, 통화로 8100만달러를 벌었다. 순이익은 전년대비 2배인 1억8220만달러를 기록했다.
HFT에 대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금융당국은 수년째 위법성 여부를 놓고 집중조사를 벌이고 있다.
글로벌 증권시장에서는 해묵은 과제였던 HFT의 위법성 논란이 최근 들어 일반대중 사이에서 부각된 것은 지난 4월2일 미국에서 발매된 <플래시 보이스>(Flash Boys) 때문이다. 월가의 이면을 드러낸 것으로 유명한 <라이어스 포커>(Liar's Poker)의 작가인 마이클 루이스가 쓴 책이다.
루이스는 신작인 <플래시 보이스>에서 초단타매매 거래자들이 시장 참가자들의 거래정보를 미리 파악해 반대 거래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는 수법을 묘사했다. 이후 CNBC와 CBS 등 다양한 방송국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초단타매매자들이 내부정보 등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고 힐난했다.
초단타매매자들이 주가를 조작하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한 정보를 사용했는지, 아니면 알고리즘을 잘 짜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미국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다크풀’(Dark Pool)이라는 비공개주문시장이 있다. 다크풀은 기존의 장내외 거래소와는 달리 매매주문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주가를 유도하기 위해 장내외 거래소에서 인위적인 매매주문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가 내에서도 HFT를 놓고 견해가 엇갈린다. 옹호하는 측은 HFT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수수료를 낮춰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다고 설명한다. 조 브레넌 뱅가드 주식인덱스그룹 대표는 “20년전 경쟁이 없을 때는 브로커, 자산 매니저 등의 단계를 거치며 모든 투자가들이 비싼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며 “HFT는 여기저기 흩어진 거래소를 통합하는 순기능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비판하는 측은 HFT가 시장의 공정성을 훼손시켜 주식시장에 대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닐 카시카리도 전 핌코 이사는 “초단타매매를 규제하지 않으면 미 증시의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플래시 크래시란 지난 2010년 5월6일 미 다우존스지수가 순식간에 1000포인트가량 폭락한 것을 말한다. 이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HFT다. 프로그램화된 HFT가 오류로 인해 잘못된 주문을 냈고 이에 다른 HFT들이 경쟁적으로 매물을 쏟아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다.
◆ 국내 이미 상륙… 주가조작 정황까지
국내에도 HFT가 알게 모르게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의혹이 제기되는 수준인 것과는 달리 실제 주가조작에 악용된 사례가 적발됐다.
한국거래소(KRX)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 1월12일 지난해 시세조종을 통한 불공정거래 혐의로 적발된 증권계좌가 4700여개로 전년(2503개) 대비 88.1%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한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143종목 중 매매거래 당일에 작전을 종료하는 초단기 시세조정이 79종(현물 46종, 파생 33종)으로 전체의 55.2%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시감위는 “주가조작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며 “단일종목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하는 전통방식에서 단속을 피해 2∼3일간 반복하는 단기 시세조종으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하루 이내의 초단기 시세조종으로 변경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단일종목을 가지고 장기간에 걸쳐 시세를 조정하던 것과는 달리 특정주식을 대상으로 HFT 기법을 이용, 소량의 '고가매수-저가매도' 주문을 10~20분 동안 집중적으로 쏟아내 시세상승을 유도한 뒤 차익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HFT를 사용해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미국계 트레이딩업체를 조사 중이다. 자본시장조사심의회는 지난 4월11일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미국계 트레이딩업체 A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HFT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한 뒤 “다만 시장에 참여하는 거래자들은 똑같이 시장에 접근해 자신만의 방법론을 가지고 답을 구해야 하는데 HFT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고 이득을 보는 것은 사기에 가까운 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