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심화될 전망… 저평가 대형주 위주로 접근
매력 없기로 소문난 증권주가 움직이고 있다.
지난한 겨울을 지나 어느새 봄이, 그리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도 증권업계는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서늘한 감원의 칼바람이 그치질 않는다. 거듭되는 구조조정이 역설적으로 증권업계를 살리고 있다.
잔혹한 얘기지만 사람을 잘라내고 지점을 줄이면 고정비가 감소하는 만큼 증권사들의 손익분기점(BEP)은 낮아진다.
잔혹해 보이는 구조조정은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대폭 감소한 덕분에 보릿고개에 진입한 증권사들이 버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브로커리지 중심의 수익구조를 아직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음에도 조금 더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들인 것.
구조조정을 통한 BEP 개선효과가 나타난 것일까. 지난 1분기 증권사의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여기에 다시 한번 2010선에 도달한 코스피 지수 덕분인지 증권주들도 힘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증권업종지수는 1.44% 오른 1514.66을 기록했다. 이튿날인 14일은 2.33% 상승했고 15일에도 0.34% 오르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모습은 실적 호전 소식과 더불어 코스피가 13일에는 0.92%, 14일에는 1.41% 오르는 등 강세를 나타낸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단기적인 반등일까, 아니면 반등 추세로 돌아선 것일까. 매력 없기로 소문났던 증권주에, 드디어 봄은 올 수 있을까.
금융감독원이 지난 15일 배포한 ‘1분기 증권회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증권회사별 실적(잠정치)를 살펴본 결과 1분기 증권회사들의 당기순이익은 3551억원을 기록, 전기(당기순손실 2828억원) 대비 6379억원 증가하며 흑자전환한 것으로 집계된다.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 공시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호조다. 흑자로 전환하거나 몇십에서 최대 몇백퍼센트의 개선세가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 15일 발표한 1분기 실적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연결기준으로 259억39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62억800만원) 대비 317.83% 개선된 수치다. 전기(영업손실 1억6200만원) 대비로는 흑자전환했다.
매출액은 1조1502억34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80%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12억7400만원으로 470.84%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던 대신증권의 경우 연결 기준으로 79억88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동기(영업손 143억6900만원)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89억4200만원을 올리며 마찬가지로 흑자전환했다.
현대증권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7억4800만원, 48억74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30.80%, 당기순이익이 56.66% 오르는 등 큰 폭의 호조를 기록했다.
심지어 KDB대우증권의 경우 순이익이 460억660만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537.4% 급증했으며, 삼성증권도 전기 대비 흑자로 돌아서며 순이익은 611억29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348.02%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모든 증권사의 실적이 호전된 것은 아니다. 전체 61개 증권사 가운데 48개사(전기 대비 15개사 증가)가 흑자를 기록했고 13개 회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 호전세와 관련해 금감원은 “최근 금리 안정화에 따른 채권관련 이익이 3431억원 증가한데다, 지점과 인력 감축으로 인해 판매관리비가 1470억원 감소한 것에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 구조조정 덕분에 BEP 개선세 뚜렷
지난해부터 이어진 구조조정의 한파는 올해도 지속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희망퇴직을 결정했다. 업계에선 우리투자증권이 이번 희망 퇴직으로 10% 안팎 인력을 감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총 20개 점포를 통합하는 등 NH농협증권과의 합병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NH농협증권 역시 희망퇴직을 진행중이다. 대상인원은 전체직원 870여명 중 13% 수준인 약 110명 정도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경우 합병을 위한, 정해진 수순이라 볼 수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2차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중인 삼성증권의 경우 임원 6명을 줄이고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최근 전체 임직원(2736명)의 10%에 달하는 270여명을 내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올해 들어 하나대투증권, 한화투자증권, 대신증권, 현대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거나 진행했다.
KDB대우증권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고 있지만 얼마 전 노동조합과 ‘본사 과장급 이상 영업직원 계약직 전환’ 건과 관련해 합의. 사실상 구조조정이 얼마 남지 않았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이 이어지다보니 BEP개선세도 뚜렷하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업계 전체적으로 4000여명의 임직원, 300여개의 지점이 구조조정 됐다.
이에 따른 고정 비용 절감 효과는 대략 연간 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2년간 업계 전체 판관비(변동비 포함) 절감은 7650억원에 달한다.
수탁수수료를 9bp(베이시스 포인트, 0.09%)로 가정하면 절감된 고정비 3000억원은 일평균거래대금 1조3000억원에서 벌어들이는 연간 수탁수수료와 맞먹는다.
2년간의 구조조정은 증권사들의 BEP에 일거래대금을 최소 1조3000억원만큼 낮춰주는 효과가 있었다고 볼수 있는 것. 여기에 올해도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절감된 비용은 더욱 커질 것으로 풀이된다.
◆ 증권주, 하반기엔 매력 좀 생기나
하반기에는 증권업종이 매력적인 종목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정길원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증권업종은 아직까지 수익 감소율이 비용 감소율보다 크나,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구조조정의 효과로 인해 2014영업년도는 비용이 줄고 수익은 늘어나는 첫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경기 여건에 따라 업황이 개선된다면 일본의 증권업종처럼 간헐적으로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라는 것.
실제로 일본의 경우도 증권업종의 불황이 길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반동으로 인해 2009년 잠시 이익을 봤지만, 이후 2년간은 적자를 기록했다. 2013년 초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되며 풀려나온 자금으로 인해 수익이 42% 늘어난데 반해 비용은 14% 증가에 불과했던 것.
덕분에 지난 2013년 상반기 기준으로 일본 증권업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8.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가운데서도 역시 옥석을 가릴 필요는 있어보인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승자독식의 트렌드가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저평가된 대형주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증권주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낮지만 수익성도 낮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저평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
손 애널리스트는 “최악의 영업환경을 거치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면서 “개편된 영업용순자본비율(NCR)제도 하에서는 대형사들이 1조원에서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여력이 확대되는 효과를 지니고 있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핵심은 마땅한 투자처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만큼 증권사들도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상태에서 다양한 투자처를 얼마나 확보하는 역량을 보이느냐가 장기적인 실적 개선의 관건이라는 게 손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 증권주의 경우 수익성 둔화로 상대적 밸류에이션은 낮다”고 밝혔다. 글로벌 증권사들과 비교하면 삼성증권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1902억원인데, 스위스의 대형은행인 크레딧스위스의 경우 7조6425억원, 시드니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은행인 맥쿼리는 1조9487억원, 미국 최대의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 스왑은 2조3049억원으로 예상되는 등 규모면에서도 절대 열위에 있어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
손 애널리스트는 “추세적인 업황 개선 기대감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저평가된 대형주 위주로의 접근이 유효해 보인다”면서 한국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을 최고 선호주(Top Pick)로 꼽았다.
그는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증권 자회사(한국투자증권)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기타 자회사의 부진으로 3년 연속 업계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으며,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선제적인 비용 감축으로 실적 안정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톱픽으로 꼽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