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용자환경(UX)·사용자인터페이스(UI)업계 1위 업체 투비소프트를 이끌어가는 힘은 아줌마에게서 나온다.


남궁선 연구소 연구조정팀장, 김지영 교육사업팀장, 김지연 BUX컨설팅그룹 수석. 이렇게 1972년생 아줌마 3인방이 모여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며 투비소프트의 핵심 톱니바퀴 역할을 한다.

입사 10년차인 남궁선 팀장은 투비소프트(이하 투비)에서 진행하는 수많은 프로젝트의 외부 협의 및 내부 코디를 담당하고, 투비에서 6년을 지낸 김지영 팀장은 고객사를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교육하는 일을 지휘한다. 입사 9년차 김지연 수석은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하는 UX컨설팅을 담당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IT업계에서 주부사원이 겪을 수밖에 없는 애로사항들을 공유하고 서로를 다독이며 이 자리까지 '함께' 걸어왔다. 일에 대한 열정과 서로에 대한 '의리'로 똘똘 뭉친 파워줌마 3인방의 에너지 넘치는 수다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투비 사무실에서 들어봤다.

◆ 이력 다양한 동갑내기들 한 둥지에

남궁선 팀장의 첫 직장은 20년 전에 입사한 A백화점 전산실이었다. A백화점의 1호 대졸 사원이었던 그는 입사 1년 만에 하던 일을 때려치웠다. 6개월은 정신없이 일을 배웠고 그 다음 6개월은 방황했다.


남궁 팀장은 "A백화점에서 잘 나가봐야 대리밖에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퇴사했다"며 "그 뒤로 작은 소프트웨어(SW) 개발사에 들어갔다가 나왔고 그 다음에 들어간 SW 회사에서 현 투비 경영진들을 만나게 됐다. 결국 그분들이 창립한 투비에 합류해 여기까지 왔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디자인을 전공한 김지연 수석은 줄곧 IT분야에서 일했지만 하던 일은 광고, CD타이틀, 웹 개발 등 현재 투비의 영역과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었다.

김 수석은 "UX를 2000년도부터 준비해왔는데 나중에 아이폰이 뜨면서 UX 붐이 일었다"며 "생각해 보니 나는 그때그때의 핫한 아이템들을 다 해봤다. 트렌드에 대한 호기심이 날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런가하면 김지영 팀장은 원래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다니던 회사가 IMF로 문닫는 바람에 프리랜서 생활을 하게 됐고 2004년께 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투비에 다니고 있던 남궁선 팀장을 만났다.

김 팀장은 "입사 당시 투비는 50명(현재 280명) 규모의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며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좋았고, 권위적이지 않은 상사들의 모습도 좋았다. 사람을 좇아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회상한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투비소프트 남궁선 연구소 연구조정팀장, 김지영 교육사업팀장, 김지연 BUX컨설팅그룹 수석. /사진=류승희 기자
◆ 파워줌마 키운 8할, 남편의 '외조'
파워줌마 3인방을 만든 8할은 무조건 내편이 돼 준 '남편'이다.

프로젝트만 시작되면 야근이 이어지는 직업적 특성상 이들은 바쁜 아내, 바쁜 엄마였다. 일과 가정생활 모두를 소화하기 어려울 때면 사직서에 손이 갔지만 그때마다 남편의 외조로 마음을 다잡았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남궁 팀장은 "남편도 IT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서 내 상황을 잘 이해해주는 편인데도 애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에는 퇴사 결심까지 하게 되더라"며 워킹맘의 비애를 털어놨다.

이어 남궁 팀장은 "새벽에 퇴근하는 일이 잦은 내가 이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원조, 그리고 애들이 어린나이였을 때 비교적 여유있는 부서로 발령을 내 준 회사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의 남편도 IT개발분야에 몸담고 있다. 김 팀장은 "둘 다 개발분야 일을 하다보니 새벽에 들어오기 일쑤였고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드니 싸울 일도 없더라"며 본인의 일을 존중해준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수줍게 드러냈다.

김 수석 역시 남편 얘기를 꺼낸다. 그는 "내 일상은 매일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긴장의 연속"이라며 "반도체 분야 일을 하는 남편은 신문을 보다가 신기술, 트렌드 등 핫(hot)한 정보들이 있으면 내게 공유해준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여자니까 차별해 주세요?

이 바닥에서 자신의 에너지가 바닥날 때까지 일하고 싶다는 이들을 회의에 들게 하는 순간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IT업계에 존재하는 유리천장이다. 여직원들이 실수하면 '여자들이 그렇지'라는 말을 내뱉는 사람들이 투비 조직 내에는 없지만 IT업계 곳곳에는 존재한다.

이에 대해 김 수석이 쓰라린 기억 한조각을 꺼낸다. 그는 "29세 때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모르는 게 있어서 남자 직원들한테 물어보고 해결했더니 그게 '뒷담화'가 되더라"며 "그 이후에는 남자 직원들이 들어준다고 해도 거절했고 최대한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다"고 씁쓸해 했다.

이에 대한 대안은 남궁 팀장이 제시한다. 그는 "답은 있다. 버티는 것이다. 여자들이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어차피 좌로 구르나 우로 구르나 똥밭이다'라고 생각하고 버텨야 한다"며 "여자로서 대접받으려는 사람은 자신이 지금 '난 여자니까 차별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감에 대한 고객사들의 무리한 요구도 이들을 힘빠지게 한다. 김 팀장은 "IMF 이전에는 프로젝트 완료 기간이 보통 1년 반이었는데 그 이후에는 업체마다 경비를 줄이려고 마감 기간을 무리하게 앞당기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18개월 걸릴 일을 3개월 만에 끝내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김 수석도 "'갑'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구조"라며 "그래서 고객사들이 먼저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