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넘어 실제로 복부에는 체중이 조금만 늘어도 최고혈압이 크게 상승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팀이 정상체중인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뱃살을 5파운드(약 2.3kg)가량 늘린 결과 최고혈압이 평균 4mmHg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은 '다다익선'보다는 적으면 적을수록 더 좋은 트렌드가 나타났다. 이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단어가 바로 '디톡스'(Detox)다. 젊음을 갉아먹는 독소를 몸에서 빼내는 개념으로 유해물질이 몸 안으로 과다하게 들어오는 것을 막고 신체 내의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것을 뜻한다. 최근에는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나쁜 것을 최대한 빼는 '디톡스' 각광
지난 몇년간 식품업계를 이끌어왔던 '웰빙 열풍'이 '디톡스 열풍'으로 옮겨가고 있다. 둘 다 건강을 위한 열풍이지만 웰빙은 좋은 것을 더한 것이라면 디톡스는 나쁜 것을 최대한 빼는 것이다.
디톡스 열풍으로 가장 커진 시장이 바로 건강주스시장이다. 일상생활 중에 쌓인 독성물질을 빼내기 위해 채소와 과일을 갈아 만든 '디톡스주스'가 각광을 받고 있어서다. 채소와 과일은 생으로 먹어도 훌륭하지만 갈아서 주스로 마시면 흡수율을 더 높일 수 있다. 생 채소와 과일을 먹으면 비타민C와 효소는 섭취할 수 있지만 항산화물질 등 독소 제거에 필요한 영양소들은 잘 흡수되지 않는다. 반면 채소와 과일을 착즙해서 마시면 식물활성물질과 미세영양소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다.
1일 채소·과일 권장량은 560g이지만 매일 섭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행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사와 성미경 숙명여대 교수팀이 내놓은 '한국인의 채소·과일 섭취량과 파이토뉴트리언트 섭취 실태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90%가 채소·과일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8631명 중 단 6.7%만이 채소·과일 1일 섭취량을 충족시키는 형편이다. 따라서 채소·과일을 일부러 챙겨먹지 않더라도 시원한 주스 한잔이면 효율적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열풍에 힘입어 건강주스에서 흔히 사용되는 각종 녹색류의 야채나 각종 뿌리채소의 재배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목받는 비트가 대표적이다. 명아주과에 속하는 뿌리채소의 일종인 비트는 주로 샐러드, 피클, 주스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전세계에서 비트 생산량이 최근 4년간 50%나 급증하는 등 건강주스의 열풍은 재배되는 농·식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톡스를 위해 건강주스가 각광받기 시작한 곳은 미국이다.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미국인에게 과체중과 성인병의 증가는 늘 골치 아픈 사회문제인 데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미국의 의료보험체제도 건강주스가 인기를 끄는 데 한몫했다. 디톡스를 위해 건강주스만 마시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주스에 대한 미국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패스트푸드보단 슬로푸드를, 학교급식보단 직접 만든 도시락을, 탄산음료보단 건강주스를 마시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건강주스가 트렌디함의 상징이 된 것은 할리우드 스타들 덕분이다. 한때는 파파라치 사진 속 스타들마다 유명 커피체인의 텀블러를 갖고 다녀 하나의 패션으로 여겨질 정도였는데, 최근 그들의 손에는 커피 대신 건강주스가 들려있다. 이젠 커피체인의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보다는 녹색이나 붉은색 채소주스가 들어 있는 투명한 병이 건강하고 트렌디한 이미지의 상징이 된 것이다.
파파라치 사진에 많이 포착되는 미국 드라마 <프렌즈>의 히로인 제니퍼 애니스턴 역시 건강주스 마니아로 알려졌다. 그녀가 일명 '애니스턴 레시피'인 오이, 시금치, 마늘, 생강, 당근, 샐러리 등을 넣은 해독주스로 다이어트에 성공하면서 디톡스 다이어트가 더 유명해졌다. 세계적 톱모델인 미란다 커도 자신이 아침마다 마시는 '아사이베리 해독주스 레시피'를 공개했는데 아사이베리는 이제 한국에서도 슈퍼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건강주스 바람 타고 블루프린트·휴롬 등 대박
건강주스 관련기업과 매출이 늘고 있는 것만 봐도 건강주스의 열풍을 확인할 수 있다. 불과 7년 전 미국에서 설립된 '블루프린트'는 6병의 디톡스 관련 주스제품을 팔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제는 그 인기가 높아져 미국 전역의 고급 슈퍼마켓에서 낱개의 병으로 된 주스를 팔고 있다. 이후 하인셀레스셜그룹에 피인수됐으며 2012년 기준 2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온통 녹색물결로 치장한 '에볼루션 프레시'도 주목받는 기업이다. 1992년 설립 후 펩시그룹을 거쳐 지난 2011년 스타벅스에 3000만달러에 인수되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에볼루션 프레시의 건강주스는 5000개 스타벅스 매장과 3000개 슈퍼마켓에서 판매된다. 커피체인에서도 녹색물결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 배우를 따라 집에서 건강주스를 만들려는 욕구가 번지며 '대박신화'를 창조한 곳도 있다. 바로 휴롬이다. 설립된 지 40년이 넘은 회사지만 2011년 현재의 휴롬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원액기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며 급성장했다. 일명 '이영애 원액기'로도 유명한 휴롬은 최근 3년간 약 10배 성장했다. 건강주스 열풍을 타고 원액기 하나로 3000억원대 기업으로 도약한 것이다.
휴롬은 단순히 가정에 원액기를 보급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주스카페를 오픈했다. 이처럼 건강주스를 전문으로 파는 주스바가 커피만을 취급하는 카페보다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휴롬이 운영하는 휴롬팜은 저속 착즙방식으로 영양파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 그 외에도 건강주스의 3단계를 제공해 소비자의 입맛까지 고려한 '주스에비뉴', 몸속 정화에 타고난 밀싹으로 인기를 얻은 '블루프린트', 직접 기른 채소로 만든 주스바 '에이블' 등 각각의 특색을 갖춘 주스바들이 카페를 위협하며 등장했다.
대한민국 건강주스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 블루프린트나 에볼루션 프레시도 처음에는 1∼2명이 조그맣게 시작한 전형적인 소기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지금은 수천만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미국 전역을 누비고 있다. 독자들은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한집 건너 하나 있을 정도로 흔한 카페보다는 고객의 건강을 생각하는 음료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성공확률을 높이지 않을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