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이 기업에 주식을 대여할 때마다 해당 종목의 주가는 칼춤을 췄다. 춤을 추며 미끄러진 주가는 증시를 뒤흔들었고, 흐름을 예측할 수 없던 개인투자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연금의 주식대여에 따른 증시 흐름을 따라가봤다.
◆ 국민연금, 공매도 ‘실탄’ 제공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유가증권 대여사업으로 최근 3년간 짭짤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지난 2012년 97억원, 2013년 60억원, 2014년 110억원 등 총 268억원의 수수료로 연간 평균 89억원의 수익을 챙긴 셈이다.
공단에서 주식을 빌린 기관들은 대부분 공매도나 자금결제용으로 대여주식을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주식대여로 수익을 내는 공단의 기금 운용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전 국민이 가입자인 국민연금이 하락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공매도에 쓰이는 물량을 국민연금이 적극 ‘공급’했다는 점에서다.
홍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의 주식대여 기간과 해당 종목 주가를 분석한 결과 대여 거래 후 대다수의 기업 주가가 줄줄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의 주식 대여 시점과 해당 종목의 주가하락은 상당부분 일치했다. 공단의 대여량이 증가할수록 해당 종목의 주가하락폭도 컸다.
공단이 3년간 가장 많은 주식을 대여한 종목은 한진중공업(1278만4363주)이다. 공단이 한진중공업 1000만주 이상을 빌려줬던 지난해 해당 종목의 주가는 한해 동안 63.7%나 빠졌다. 지난해 초 1만2000원대였던 주가는 지난해 말 4000원대로 수직 하강했다.
이어 두번째로 대여량이 많은 종목인 대한항공(1002만6294주)도 지난 2013년 1분기 이후 주가가 전년 4분기 종가 5만1120원에서 4만6155원으로 떨어졌다. 같은해 2분기에도 공단이 28만5775주를 대여해준 뒤 주가가 3만4700원에서 2만9638원으로 하락했다. LG유플러스 역시 공단이 지난 2013년과 지난해에 걸쳐 260만주가량을 대여해준 뒤 주가가 1만1550원에서 9220원까지 미끄러졌다.
이밖에 넥센타이어, LG전자, GS건설, 이지바이오, OCI, 스카이라이프, 대우조선해양 등도 공단이 해당 주식을 외부기관에 대여해준 후부터 주가가 빠졌다.
홍 의원은 공단의 주식 대여가 주가의 하락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제도적으로 허용된 대여 및 공매도가 결과적으로 국민이 낸 연금을 활용해서 야기된 것이라면 이는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국민에게 득이 되는 사업과 업무에만 열중해야 할 시기에 투기를 조장한다는 오명을 입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증시 변동성 부채질 vs 공익 위한 선택
공단의 주식 대여를 보는 시각은 크게 두가지로 갈린다. 국민 재산을 조금이라도 더 불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과 공매도에 활용되는 실탄을 줘서 시장 변동성을 부채질한다는 비난이 함께 쏟아진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 판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 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방식이다.
예컨대 A종목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이 종목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매도 주문을 냈을 경우 A종목의 주가가 현재 10만원이라면 일단 10만원에 매도 주문이 체결된다. 며칠 후 주가가 8만원으로 떨어졌다면 투자자는 8만원에 주식을 사서 결제해주고 주당 2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A종목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 베팅하는 투자전략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에게 공매도는 불리하게 적용된다. 주가 흐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기관과 달리 개인투자자는 정보 접근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은 이유다.
이에 홍 의원실은 공단의 주식 대여 중단을 요구했다. 홍 의원은 “공단 스스로 국민 정서에 반하는 주식 대여활동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추가적으로 국회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경우 적극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뿐 아니라 다른 연기금에서도 주식대여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민연금공단의 규모는 90% 정도로 압도적이다.
공단은 발끈했다. 국민의 수익극대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여거래는 금융시장에서 시장 유동성 증대 기능을 수행한다”며 “국민연금(대여자)은 대여거래를 통해 기금의 안정적 수익성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금수익 제고를 위해 재무적 투자자로서 대여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국내 전체 주식 대여거래시장(지난 2월 기준 49조5792억원)에서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거래는 1.6% 수준에 불과하다”며 “주식시장 왜곡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는 공단의 주식대여사업에 중립적인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난 2010년 이후 주식 대여를 재개하면서 변동성을 높이는 공매도를 부추긴다는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만약 2008년처럼 공단이 주식대여에서 손을 뗀다면 증시는 또다시 얼어붙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