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이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연금개혁 협상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논란 해소할까
지난 17일 야당 내 공적연금 개혁안 협상 수장인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방안을 고집하지 않는 대신 기초연금 수급대상자를 소득하위 70%에서 90~95%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튿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에 대해 “(기초연금을) 공무원연금과 연계해 논의해선 안된다”며 “기초연금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니 (논의하려면) 별도의 논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펼쳤다.
기초연금은 지난해 7월 도입됐다. 생계가 막연한 노인의 빈곤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기초연금의 전신은 과거 참여정부가 시행했던 기초노령연금이다. 당시 상황도 지금과 비슷했다.
기초노령연금이 시행된 것은 지난 2008년 1월부터다. 2007년까지 일반 국민에게 적용된 공적연금은 국민연금 뿐이었다. 당시에도 국민연금 기금고갈이 최대이슈였다.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거센 반대여론에 부딪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60%였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50%로 인하됐다. 그러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는 노인복지급여 문제로 이어졌다.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에 따른 노인복지 사각지대 보완책으로 도입된 것이다. 기초노령연금 대상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아닌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의 고령자였다. 이들은 매달 기초노령연금으로 9만6000원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기초연금이 시행되면서 기초노령연금제도가 폐지됐다.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전환된 셈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고령자 중 소득 하위 70% 이상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지급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 지급액이 줄어드는 구조다. 여기에 올 한해 들어가는 예산은 10조원 정도로 파악됐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소득 구분 없이 65세 이상 노인 전체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재원부족을 이유로 지급대상을 축소했다. 따라서 소득기준으로 상위 30%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기초연금법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던 상위 소득계층의 노인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하자는 게 야당 측이 제기한 주장이다.
야당의 주장은 이렇다. 우선 국민연금 급여를 올리면 노후보장이 개선되지만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후세대가 연금보험료 부담을 떠안기 때문이다. 반면 기초연금은 보험료 납부라는 문턱이 없다. 기초연금은 당해 세대가 필요재정을 조달하는 구조인 만큼 후세대의 부담이 없다는 이야기다. 굳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명시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야당 측 의견이다. 특히 ‘공적연금 강화’라는 합의문 주제를 내세워 기초연금까지 균형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료 인상 대신 ‘증세’
반격도 만만찮다. 기초연금 대상 확대는 결국 세금을 올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당은 공무원연금 적자라는 혹을 떼려다 국민연금 강화라는 혹을 붙이는 것도 모자라 기초연금이라는 더 큰 혹을 자초하고 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기초연금 수급대상을 90~95%로 넓힐 경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것보다 재정적 부담이 훨씬 커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전액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통해 충당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650만여명 중 기초연금을 받는 소득하위 70% 노인은 약 440만명이다. 올해 이들에게 투입되는 예산은 10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440만 노인에게 10조원의 예산을 들여 1인당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한다. 여기에 기초연금 지원대상까지 확대하면 재정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기초연금 대상 확대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세금 인상과 직결된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일반재정에서 지급된다. 지금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기초연금 지급에 필요한 내년 예산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모두 합해 10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부터 기초연금을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지급한다면 4조~5조원 이상의 재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 특히 2020년부터는 한해 7조원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간한 ‘2014년 한국경제검토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초연금제도는 들인 재정에 비해 노인 빈곤율 감소 효과가 미미하다다”며 “대상자를 줄이고 저소득층 노인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초연금 대상자를 늘리기보다는 소득이 낮은 노인에게 현재보다 높은 연금을 지급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야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연금의 역할도 아직 정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초연금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논란이 커지자 야당 측도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기초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보장성 확대가 시급하다면서도 제도 구현방식은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
대선공약에 접근해 기초연금을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 원내대표의 협상카드가 얼마나 실효성과 설득력을 가질지 미지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