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맛과 말맛을 겸비한 요리사들의 활약과 더불어 ‘쿡방’(쿠킹+방송)의 인기가 거세다. 이제는 TV를 보다 채널 몇번만 돌리면 다양한 요리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이 같은 쿡방 전성시대를 여는 데 크게 기여한 일등공신 프로그램으로 올리브TV의 <한식대첩>을 꼽을 수 있다. <한식대첩>은 전국 팔도의 내로라하는 요리 고수들이 각 지역 특색이 묻어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한판 요리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껏 총 3번의 시즌이 진행됐지만 그 중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시즌은 단연 <한식대첩2>. <한식대첩1>의 다소 저조했던 흥행성적을 딛고 심사위원 교체 등의 강수를 둔 끝에 마침내 <한식대첩>을 쿡방의 중심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우승트로피를 거머쥔 충청남도팀의 경우 충남 고유의 다양한 향토음식을 선보이며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충남음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 충남 향토음식의 위상이 한단계 높아졌다.

그렇다면 지역을 대표한 요리명인으로서 경연프로그램에 참가해 우승을 이끈 이는 요리에 어떤 애착을 갖고 있을까. 현재 충남 공주시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김태순 요리사(64)를 찾아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한영훈 기자

◆충남음식, 소박한 맛 ‘매력’
“처음 <한식대첩> 제작진으로부터 섭외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출연하지 말자’는 생각이 앞섰어요. 도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것인 만큼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았죠. 지난 31년간 요리하며 이뤄낸 크고 작은 것들을 잃게 될까봐 겁이 났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출연제의를 받아들인 이유는 충남 향토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였죠.”

김씨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충남의 향토음식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충남음식이 다른 지역 음식처럼 간이 세거나 자극적인 맛은 아니지만 특유의 담백하고 소박한 맛을 잘 살려내면 그 어느 산해진미에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맛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


김씨가 충남의 지역적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음식으로 ‘호박죽’과 ‘호박범벅떡’을 꼽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호박을 주재료로 하는 음식의 경우 맛이 강하지 않고 입맛에 따라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충남음식이 갖는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다른 지역과 달리 음식의 주재료로 쓰일 만한 특산품이 적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예컨대 전라남도의 경우 홍어, 강원도는 한우 등 지역별로 음식의 주재료로 사용할 만한 특산물이 풍부하다. 반면 충청남도의 특산물인 밤이나 호두 등은 요리의 부재료로 사용하기에는 훌륭하지만 주재료로 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따라서 지역특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한 요리는 자연스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앞으로 요리사로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자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항상 충남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향토음식이 적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꼈어요. 따라서 여력이 된다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고 싶어요. 과거 청양군의 특산물인 구기자잎을 활용한 나물을 개발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 커다란 성취감을 느낀 적이 있거든요. 이런 식으로 앞으로 충남 향토음식의 폭을 넓히는 데 미약하게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사진=한영훈 기자
/사진=한영훈 기자

◆맛의 비결은 결국 ‘마음가짐’
요리대가가 생각하는 음식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김씨는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요리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음식을 만드는 것도 결국 품이 많이 들어가는 과정인 만큼 마음가짐에 따라 맛의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음식을 만들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못해 만드는 음식은 맛에서 반드시 티가 나게 돼 있어요. 한시라도 빨리 부엌을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며 음식을 만들면 간을 맞추거나 불을 조절하는 데 둔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반대로 내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음식을 만들면 정성이 들어가게 되고 결국 음식 맛은 좋아질 수밖에 없어요.”

이밖에 음식 맛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외적인 요인으로 그는 ‘온도’를 꼽았다. 과거 <한식대첩2> 출연 당시 충남팀이 결승에서 전남팀을 꺾고 우승트로피를 거머쥔 데도 바로 이 온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고기요리를 선보이는 과정에서 전남팀은 굽는 과정이 훌륭했으나 종료시간에 비해 너무 일찍 요리를 끝내 온도조절에 실패했다. 반면 충남팀은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데 성공하며 심사위원들로부터 더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끝으로 김씨에게 ‘요리대가’라는 수식어의 무게감에 대해 묻자 부담스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사실 요리대가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어깨가 너무 무거워요. 전과 달리 손님들이 식당을 찾을 때도 일정수준 이상의 기대치를 갖고 오니까 압박감에 사로잡힐 때가 많죠. 그럼에도 되도록 많은 이들에게 충남 고유의 음식 맛을 선보이기 위해 작은 부분부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앞으로도 요리대가라는 호칭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 공부도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