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수리 절차.
최근 애플코리아(이하 애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불공정약관을 일부 개선한 가운데 그 이면에는 한 소비자의 길고 외로운 투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공정위의 권고에 따라 자사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애프터서비스(A/S) 관련 불공정조항의 일부를 수정, 지난달 14일부터 개정된 약관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지난 7월말 공정위가 시정 권고한 사항을 대부분 반영한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애플이 수리 전 수리비용을 선결제하도록 강제하거나 수리 범위를 소비자 동의 없이 임의대로 결정하는 행위를 불공정 약관 조항으로 보고, 50일 이내 수정할 것을 권고했다.

국내에서 아이폰 수리는 애플의 한국지사인 애플코리아와 수리업무 및 수탁 계약을 체결한 애플공인서비스센터를 통해 이뤄진다. 간단한 수리는 애플공인서비스센터가 직접 담당하지만, 액정 파손 등 그 외의 수리는 애플진단센터에서 이뤄진다. 


예컨대 그동안 아이폰 이용자는 액정 교체만 의뢰해도 애플진단센터가 제품 전체의 교체를 결정하면 이에 따라야 했다. 애플 측은 예상되는 최대 수리비(37만5000원)를 미리 결제하도록 강요하고, 실수리비를 뺀 차액을 환불해줬다. 수리를 취소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14일부터 공정위의 권고사항에 따라 액정교체처럼 애플진단센터가 관여하는 수리의 경우 소비자에게 수리범위를 알려주고 소비자 의사에 따라 수리를 진행키로 했다.

또한 소비자가 의뢰한 수리 외 추가수리가 필요한 경우 소비자의 동의를 받아 진행토록 변경했으며 수리를 원치 않을 경우 제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예상되는 수리비의 최대금액을 미리 결제하도록 강제한 선결제 조항도 삭제했다.


이번 불공정약관의 개선의 배경에는 지난 1년여간 ‘소송’도 불사한 한 이용자의 공로가 숨겨져 있다. 애플이란 골리앗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향후 약관 개선까지 이끌어낸 그는 광주에 거주하는 오원국씨(31).

오씨는 지난 2012년 12월 아이폰5를 구입했으나 배터리에 이상이 생겨 이듬해 11월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수리를 맡긴 5일 후 당시 서비스센터 측은 “수리가 어렵다”는 답변과 함께 “34만원을 내고 리퍼폰을 찾아가라”고 말했다. 리퍼폰이란 동일모델을 중고부품을 일부 활용해 만든 사실상의 중고제품을 의미한다.

34만원이란 거액을 내고 리퍼폰을 구매할 수 없다고 판단한 오씨는 수리 맡긴 스마트폰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서비스센터는 “애플 정책상 그럴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휴대폰을 돌려받지 못한 오씨는 이후 임대폰을 쓰며 국민신문고에 해당사건을 고발하고, 한국소비자원 광주지원에 사건을 접수했다. 광주지원 측은 중재 및 협의책을 제시했으나 애플 측이 이를 거절하면서 결국 사건은 법원으로 넘겨졌다.

지난해 1월 오씨는 광주지방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11개월 뒤 광주지법 1심은 오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이 오씨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도움을 받아 애플의 불공정 수리약관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오씨는 애플과의 지난 1년여 간의 소송과정을 휴대폰구매관련 대형 온라인커뮤니티인 뽐뿌에 기록했다.

1심 승소에 약관개정까지 이끌어낸 오씨. 하지만 그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현재 불공정약관이 시행된 곳은 애플의 공인서비스센터인 유베이스, 동부대우전자서비스, 피치밸리, 비욘드테크, 투바, 종로맥시스템 등 6곳이다.

그는 “올레AS센터와 SK서비스센터는 아직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이 두곳은 현재 수리 취소가 되지 않을뿐더러 수리불가로 리퍼처리가 될 경우에도 이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