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형제의 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동주 일본 광윤사 대표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제가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효성그룹도 조석래 회장의 두 아들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불거져 소송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롯데와 금호가 형제들의 분쟁에 눈길이 쏠린다. 금호가는 경직된 관계가 조금씩 풀리는 분위기인데 반해 롯데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금호와 롯데에서 진행 중인 형제분쟁의 같은 듯 다른점을 짚어봤다.
◆지분싸움에서 형제의 난으로
롯데가와 금호가의 공통분모는 지분 매입으로 싸움의 불씨를 키웠다는 점이다. 신동빈 회장은 2013년 6월 100억원을 들여 롯데제과의 지분을 사들였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회사인 데다 롯데그룹 유통부문 지주사격인 롯데쇼핑 지분을 7.86% 보유한 회사다.
그러자 신동주 대표는 2013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롯데제과 주식을 꾸준히 매입했다. 이로써 두 형제의 지분격차는 2013년 신 대표가 주식 매입에 나서기 전 1.86%포인트에서 1.39%포인트로 줄었다. 신 대표가 롯데제과 지분을 늘리자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장악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가 형제의 불화도 지분 매입으로 촉발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06년과 2008년 각각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한 이후 금융위기로 경영난을 겪자 다시 팔아야 할 지경에 처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이듬해인 2009년 금호산업 지분을 팔고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했다. 이에 박삼구 회장도 공격적으로 금호석유화학 주식매입에 나섰다. 이로써 형제들이 지분을 똑같이 나눠 갖는 금호의 경영 룰이 깨지면서 '형제의 난'이 벌어졌다.
형제의 난을 해소시킬 수 있는 키가 동생에게 있다는 것도 닮았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달 24일 "본인의 부덕한 탓으로 가족 문제 때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가족간 화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는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에 발행했던 어음대금과 이자 등 120억원을 갚은 직후 나온 발언이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은 형이 내민 손길을 뿌리쳤다. 금호석유화학측은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형이 동생에게 직접 전화를 하거나 찾아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라는 것이 금호석유화학 측의 반응이다.
롯데가 신동주 대표 역시 왕자의 난이 분수령을 맞았던 8월19일 일본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고 동생과 싸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타협의 여지를 열어뒀다. 그는 그러면서 "한일 원톱체제보다는 일본은 내가, 한국은 동생이 경영하는 게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 회장은 "개인적인 부분은 언제든 대화할 수 있지만 경영 부분은 다르다"며 타협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금호 화해 수순… 롯데는 분수령
롯데와 금호가의 다른 점은 롯데는 형제간 분쟁이 이제 막 분수령이 된 반면 금호가는 분쟁에서 화해의 길로 접어드는 수순이라는 점이다.
신 회장은 지난 7월28일 일본 롯데홀딩스 긴급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최대주주(72.65%)인 L투자회사 지분 100%를 소유한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다. 이후 그는 실질적인 한일 롯데 원톱체제를 구축하는 듯했다.
이후 한동안 조용한 행보를 걸어오던 신 대표는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도움을 받아 광윤사 최대주주(지분 50%+1주)로 올라섰다. 그리고 지난 14일 동생을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시키고 자신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롯데가 형제의 난 2라운드에 접어든 것이다.
반면 금호가는 소송을 취하하는 등 서로를 향해 겨눴던 총을 조금씩 내려놓는 분위기다. 앞서 금호피앤비화학은 지난달 24일 금호산업에 대해 기업어음(CP) 관련 소송을 취하했다. 금호피앤비화학은 금호석유화학그룹,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다.
금호그룹은 2009년 말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이 각각 90억원, 30억원 규모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CP를 매입토록 했다. 그러나 2010년 초 금호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CP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금호피앤비화학은 2013년 5월 어음금 청구 소송을 냈다.
반면 금호산업은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피앤비화학 등을 상대로 상표권 지분이전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의 손을 들었고 금호산업은 이번에 원금과 이자를 법원에 공탁했다.
일각에선 소 취하를 두 형제의 화해무드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이 동생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상황이어서 냉전 분위기는 조금씩 풀렸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부친에게 부정적 영향을 준 것도 금호와 롯데의 다른 구도다. 박삼구-찬구 형제는 한때 형제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만큼 사이가 좋았다. 박인천 창업주가 타계한 이후 금호그룹은 형제간 공동경영 원칙을 지켜왔다.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과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 3남인 박삼구 회장이 차례로 그룹 회장을 맡았다. 그러나 2002년 차남 박정구 회장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2005년 장남 박성용 회장까지 별세하면서 형제경영을 깨버리는 비극이 빚어졌다.
반면 롯데는 신 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고 형까지 모든 경영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을 두고 형제간 다툼은 한국사회에서 흔한 일이지만 싸우는 법만 알뿐 화해하는 법은 모르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상속법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