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협상 원리를 게임이론의 관점으로 다룬 책들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최대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리적인 협상법이 주름잡았던 것이다. 또한 상대의 심리를 파악해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설파하는 책도 많았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책에서 말한 방법이 잘 먹히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혹시 협상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책에서 배운 협상의 기술이 실전에서 신통치 않았던 이유는 <협상의 신>을 살피면 가늠할 수 있다. 저자는 먼저 협상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고 말한다. 그 오해란 대체로 협상에 나가면 우리는 이기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 저자는 이기는 협상을 하는 이는 하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이기는 협상’은 하수의 협상이고 진짜 고수는 ‘성공한 협상’을 한다는 것.



협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고심하지만 성공한 협상을 위해서는 상대와 관계를 어떻게 맺고 유지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상대방과 관계를 긍정적으로 맺을수록 단지 협상의 목적만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관계의 증진이란 좋은 감정을 갖고 상대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기보다는 대부분 감정적이다. 이성과 논리로 무장한 채 협상장에 나서지만 협상 중에 감정이 상해버리면 상대방과 더 이상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는 상황이 돼 버리기 일쑤. 그렇게 된다면 더 많은 이익을 얻기는커녕 애초의 목적도 이루지 못하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


또 하나 흔한 오해는 협상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협상을 잘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이 또한 바람직한 생각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이 미국의 협상 전문가들에게 훌륭한 협상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답변은 협상 준비의 원리와 자신만의 준비 기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협상 이슈에 대한 지식이었다. 해당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을수록 협상에서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반면에 가장 필요 없는 것은 놀랍게도 협상경험이었다. 경험을 무조건 많이 한다고 좋은 협상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기업 직원이라는 우월적인 지위만 믿고 협상을 해온 사람들은 대기업을 떠나면 과거의 성공경험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저자는 협상의 원리를 알고 협상 이슈에 대한 준비가 철저할수록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저자가 제시하는 훌륭한 협상, 성공적인 협상이란 내 것으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를 충족시키고 서로 이익이 되는 협상이다. 일례로 1865년 남북전쟁 종전협상을 들 수 있다. 북군이 승리한 뒤 협상장에서 승자인 북군 총사령관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은 남군 총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과 만났다. 패장 리 장군이 그랜트 장군에게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다. 분명히 엄청난 대가나 굴욕적인 조건을 말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리 장군에게 그랜트 장군은 이렇게 한마디를 건넸다.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시오. 그게 우리의 조건이오.” 승자가 되면 누구나 당장 패자를 응징하고 싶은 것이 당연지사. 하지만 그랜트를 포함한 북군의 리더들은 국가적 통합이 협상의 실리보다 더 중요했다. 응징과 복수는 또 다른 갈등을 낳을 뿐 전쟁이 끝났으니 이제 하나의 국가를 만드는 게 서로에게 최고의 가치라는 사실을 직시한 것이다.


최철규 지음 | 한국경제신문사 펴냄 | 1만3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