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일 본회의를 열어 쟁점법안 중 하나인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법안 40개를 통과시켰다. 발의된 지 211일 만이다.
원샷법은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세제 등 비용을 감축시킬 수 있어 그동안 재계의 지지를 받아왔다.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실기업을 빠르게 퇴출하고 기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처리를 무산시키는 등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원샷법은 전체 293석 중 223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74명, 반대 24명, 기권 25명으로 가결됐다. 더민주당은 의원 109명 중 61명이 투표해 46명이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이날 처음 본회의에 참석한 국민의당은 의원 17명 중 11명이 투표해 전원 찬성했다.
원샷법 시행 후 가장 어려움에 놓여 있는 철강·조선·석유화학 업종의 구조조정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 중소형 조선사끼리 합병할 때 현행 상법은 합병 대가로 발행하는 신주가 발행주식 수의 10% 이하일 때만 이사회 결의가 가능하다. 원샷법은 이 기준을 발행주식 수의 20%까지로 완화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같은 대형 해운사의 합병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원샷법 적용 대상이 되면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 기간이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되고 주식매수 청구권 요청 기간이 주총 후 20일에서 10일로 단축된다.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도 빨라질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체제에서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원샷법 대상 기업은 50% 이상만 보유하면 된다. 지주회사로 바뀐 한진그룹은 손자회사 한진해운이 오는 11월까지 한진퍼시픽 등 증손회사 5곳의 지분 100%를 보유하거나 전량 매각해야 해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내용은 수정됐다. 야당이 '대기업 특혜론'을 주장하며 사업 재편의 목적이 '경영권 승계나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강화, 계열사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에 있다고 판단될 때 원샷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승인 이후 이런 목적이 드러나면 지원액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도록 했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계열사도 원샷법의 채무보증 특례에서 제외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샷법 통과 후 구조조정 활성화와 지주회사 전환 인센티브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합병 요건 완화로 그룹 지배지분이 낮고 시가총액 차이가 5배 이내인 두 상장사의 합병이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시가총액이 삼성전자 170조원, 삼성SDS 20조원인 경우에 해당한다.
여야는 오는 10일 다시 원내지도부가 만나 나머지 경제활성화 법안에 대해 협상 타결을 시도하기로 했다. 설 연휴가 끝나는 11일부터 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