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V60 CC /사진=박찬규 기자



SUV-왜건 두루 갖춘 콘셉트 ‘눈길’

볼보자동차에 있어 60시리즈는 ‘허리’와 같다. 40, 60, 70, 80, 90으로 이어지는 라인업 중에서 가장 탄탄하고 다양한 구성을 갖췄다. 60시리즈는 모델이 5가지나 되며 엔진과 구동방식에 따른 구분은 세는 게 귀찮을 만큼 수가 늘어난다. 크게 보면 세단인 S60, 왜건인 V60, SUV XC60으로 나눌 수 있다. 볼보자동차는 활동적이지만 SUV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라인업 사이의 틈새를 메우는 전략차종을 내놨다. S60과 V60의 변종인 크로스컨트리(CC) 모델이 주인공이다.

◆험로주행 가능한 왜건, V60 CC

볼보는 왜건형 자동차에 큰 공을 들이는 회사로 꼽힌다. 실용과 기능을 우선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영향 탓이다. 트렁크에 이런저런 짐을 많이 실을 수 있으면서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장 잘 반영한 게 왜건 라인업이다. 이번에 시승한 V60 CC도 그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쉽게 이해된다.

S60은 볼보자동차의 변화를 알린 차다. 회사 내에서 가장 역동적인 모델이라는 평을 받으며 자동차 마니아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어 내놓은 V60은 기존 V50을 대신하면서 S60의 역동성을 물려받은 새로운 중형 왜건이다.

볼보 V60 CC는 지상고가 높아 험로주행이 가능하다. /사진=볼보자동차

이것도 모자라 험로주행성능을 높인 크로스컨트리 모델을 추가했다. SUV인 XC라인업은 높아서 부담스럽고, 왜건인 V라인업은 차 바닥이 낮아서 험로를 다니기 불편하다는 사람을 위해 내놓은 차다. 물론 왜건과 SUV의 중간형태인 XC70처럼 볼보의 왜건 사랑이 낳은 작품일 수도 있다. 어쨌든 현대인들의 다양해지는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V60 CC는 V60보다 지상고가 65mm 높다.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몰아보면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노면과 차체 사이 거리인 최저지상고는 201mm며 높이는 1545mm다. 상체는 그대로, 다리만 길어진 셈이다. 그래서 시트포지션은 변하지 않았음에도 시야가 넓어지고, 크지 않은 장애물이면 쉽게 넘을 수 있다. V60과 비교해 서스펜션의 상하 움직임이 커졌지만, SUV보다 무게중심이 낮아서 주행안정성이 뛰어난 편이다. 게다가 지붕이 높지 않으니 루프박스를 설치해도 쉽게 짐을 실을 수 있다.

볼보 V60 CC 클러스터 /사진=박찬규 기자

◆힘 넘치지만 다루기 쉬운 왜건

이번에 탄 V60 CC는 D4 AWD모델이다. 요즘 나오는 볼보차는 디젤이든 가솔린이든 대부분 4기통 엔진을 쓴다.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 정책 때문이다. 엔진 실린더를 통일하고 성능에 차이를 둠으로써 원가절감과 엔진라인업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배기량 2401cc의 직렬 4기통 트윈터보 D4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190마력(@4000rpm)이며 최대토크는 42.8kg·m(@1500~3000rpm)다.

V60 CC는 생각과 달리 다루기 쉬운 차다. 길이x너비x높이는 4635x1865x1545(mm)로 차체가 그리 크지 않다. 폭이 넓고 높이가 낮아서 자세가 안정적이다. 서스펜션 움직임이 커져서 이리저리 움직일 때 출렁일 것 같았지만, 상시사륜구동(AWD)시스템과 235/45R19 규격의 타이어와 휠 덕에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가속할 때 힘은 가슴을 압박할 만큼 꽤 강하다. 그렇지만 가속페달 반응이 재빠르진 않다. 안전을 중시하는 볼보차 특유의 철학 때문이다. 자세를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가속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한다.

볼보 V60 CC /사진=박찬규 기자

◆첨단 안전·편의품목으로 운전자 보조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볼보. 명성에 걸맞은 다양한 안전시스템으로 무장한 점도 이 차의 매력이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사이클리스트)를 감지하고 위험이 감지되면 스스로 멈춰 선다. 앞과 주변 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설정해둔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상향등을 켜도 마주오는 차에 빛이 가지 않도록 조절해주는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Active High Beam Control) 등의 재주도 갖췄다. 볼보가 세계 최초 개발한 안전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와 레이더 기반의 사각 지대 정보 시스템(BLIS), 뒷좌석 통합형 2단 부스터쿠션도 기본품목으로 적용됐다.

편의장치도 신경썼다. 이중 접합 라미네이티드 글래스를 적용하고, 눈부심 방지 기능이 있는 룸 ECM 미러와 사이드 미러, 파크 어시스트 센서 및 카메라, 제논 헤드램프 등을 모두 기본으로 장착했다.

볼보 V60 CC /사진=박찬규 기자

◆왜건의 무덤에서 살아남을까

우리나라는 ‘왜건형 자동차의 무덤’으로 불린다. 제아무리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모델이라도 맥을 못 추고 헤매기 일쑤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상하리만큼 강한 세단형 자동차 집착 탓이다. 왜건은 ‘짐차’라는 이미지가 강한 데다 트렁크가 실내에서 분리된 노치백(notchback)형태가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도 좋아서다. 게다가 요샌 SUV와 미니밴 등 RV가 강세를 보이며 왜건은 더욱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볼보자동차는 우리나라에서 2021대(KAIDA기준, 5월 현재)를 팔았다. 이 중 V60은 주력인 D3와 D4가 81대 판매에 그쳤다. D5는 단 2대가 팔렸다. 반면 같은 기간 V60 CC는 114대가 팔렸다. D4가 48대, D4 AWD가 44대, 가솔린모델인 T5 AWD는 22대다. V60과 V60 CC를 합쳐도 가격이 비슷한 XC60 D3와 D4의 327대엔 미치지 못한다. 그렇지만 실패라고 볼 순 없다. 절대적인 판매량이 적을 뿐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으니 절반의 성공이다. V60 CC는 왜건의 무덤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보여준 예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