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현대상선도 1만TEU급 대형선박 투입
-4000TEU급 중형선박 노선변경 파장 전망
파나마 운하가 새 물길을 맞았다. 1914년 처음 개통돼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했고, 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온 것처럼 이번 102년만의 확장공사가 침체된 해운·물류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 상황이다.
지난 26일 파나마 정부는 운하 확장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 12국 정상을 포함한 68국 정부 대표와 시민 2만여명을 새 운하의 태평양 쪽 관문인 코콜리 갑문으로 초대했다.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 해운업계 숨통 트이나
2007년 9월 착공해 52억5000만달러(약 6조2000억원)를 들여 9년 만에 완공한 새 운하는 일부 초대형 선박을 제외한 대부분 대형 선박이 지나갈 수 있는 규모다. 이에 파나마 정부는 세계 해상 물류 시장 점유율이 더 늘어나고, 통항 수입은 10년 내 3배로 늘어날 걸로 기대하고 있다.
확장 공사는 2개 관문으로 이뤄진 기존 시설 옆에 새 운하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공사로 파나마 운하의 통항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난 덕에 물동량 증가로 해운업계의 숨통 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 동부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 등 에너지를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돼 에너지관리 차원에서도 이득이란 시각이다.
하지만 이번 확장이 일부 해운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만TEU급 배 투입 경쟁 본격화… 기존 4000TEU급 활용은 ‘고민’
2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대형선박을 파나마 운하 노선에 투입한다. 글로벌 해운사들의 미주 항로 대형화 경쟁에 대응하면서, 내년부터 재편될 해운동맹 내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한진해운은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아시아-미국 동안' 항로에 대형선박을 투입한다. 기존 4000TEU(20피트 컨테이너 4000개를 실을 수 있는 배)급 선박 대신 6500TEU 8척과 7500TEU 2척에 이어 9000TEU급 2척 등 총 12척을 투입해 경쟁을 대비한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기존 4000TEU급 선박들은 아직 운항 중이며, 얼라이언스와 조율 후 앞으로 활용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대상선도 파나마 운하를 관통하는 노선에 1만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투입했다. 기존 4000TEU급은 현재 가입된 해운동맹 G6와 협의 후 배치를 결정할 계획이다.
해외 선사들도 대형 선박을 앞다퉈 해당 노선에 배치 중이어서 해운업계 일각에선 운임수익 악화 등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특히 파나마를 오가던 4000TEU급 중형 선박들이 다른 항로에 투입되며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운업계는 파나마운하 확장에 따라 대형선박이 투입됨으로써 기존 파나마운하 통항선박들이 다른 항로로 전배되는 현상인 케스케이딩 효과(Cascading Effect)와 미주 항로 공급과잉 등으로 전 세계 해운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4000TEU급 배는 아시아지역에선 큰 편에 속한다”면서 “글로벌 선사들의 4000TEU급 선박들이 아시아에서 경쟁하면 이보다 작은 배를 운영하던 업체들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지역 선사들의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유럽지역 공략 기회 삼아야… 조선업계는 시간 필요할 듯
파나마 운하 확장이 선사들의 대형선박 경쟁으로 이어졌지만, 어려움을 겪는 국내 조선업계에 청신호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유럽노선의 물동량 감소로 유럽 선사들의 대형선박이 여유가 있다. 때문에 업체들의 노선조정을 통해 세계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고, 선사들이 새로운 배를 주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운업체들은 미주노선에 물동량이 늘어나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오히려 유럽 공략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새 배를 주문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부언했다.
한편, 현대삼호중공업은 국내업체 중 유일하게 파나마 새 운하 공사에 참여해 총 2.1억불 규모의 핵심설비 공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