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따르면 가상화폐 실명거래 시스템을 구축한 6개 은행 중 신한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만 가상계좌를 제공 중이다. 이들 은행과 계약을 맺은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이다.
신한·NH농협·IBK기업은행에 따르면 은행별로 지난달 26∼27일 기준 169만5000개 계좌 중 20.3%에 해당하는 34만4308개 계좌가 실명인증 완료됐다. 농협의 계좌를 사용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에서는 각각 14만7868명(전체의 16.4%)과 2만7106명(27.1%)이 실명계좌로 전환했다.
기업은행 계좌를 사용하는 업비트에서는 57만명 중 13만2034명(23.2%)이, 신한은행 계좌를 사용하는 코빗에서는 12만5000명 중 3만7300명(29.8%)이 각각 실명인증을 완료했다.
현재 KB국민·KEB하나·광주은행은 가상화폐 실명거래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아직 거래소와 계약하지 않았다.
◆더 투자할 계획 없으면 실명제 서두르지 않아도
금융당국은 은행이 실명거래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도 거래소에 계좌를 제공하지 않자 독려하고 나섰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달 2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상적인 가상화폐 거래는 지원하겠다”면서 “국민·하나은행도 자율적으로 거래하라고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거품은 확 빠질 것이다. 내기해도 좋다”고 말했던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입장 변경에 가상화폐 계좌 발급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에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하더라도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대형 거래소와 거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 수요가 이전보다 많지 않은 상황이라 당장 계약을 검토하지 않는다"며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신규 계약까지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기존 투자자들은 실명 전환을 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넣어둔 돈으로 가상화폐를 사고 팔 수 있다. 가상화폐를 팔아 확보한 자금도 출금하기 전까지 재투자할 수 있어 가상화폐에 돈을 더 투자할 생각이 없으면 서둘러 실명확인을 할 필요가 없다.
신규 투자에 나설 경우에는 실명계좌를 받아야 한다. 은행들은 기존에 거래하던 4대 거래소에 한정된 개수의 가상계좌만 발급하고 있어 이외의 거래소에서 가상계좌를 이용한 거래는 사실상 막힌 상태다.
◆김치프리미엄 빠졌나, 정부 규제정책에 긍정 기류
가상화폐 시세는 올해 들어 저점대비 2배까지 올랐다. 국내 주요 거래소가 신규 투자자가 가입을 개시하고 규제 일변도였던 정부 정책에도 변화의 기류가 보이면서 유리한 투자환경이 조성되는 영향이다.
빗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일 오전 9시 1180만원대에 거래됐다. 지난달 22일 장중 한때는 1415만원까지 치솟으며 한 달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6일 폭락장에서 장중 660만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가격이 두 배 넘게 올랐다.
국내 가상화폐시장은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해외보다 시세가 높게 형성되는 현상)이 사실상 사라지며 가격이 세계적인 흐름을 완연히 따라가는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개당 1만달러 안팎에서 심리적 저지선을 형성했고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반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가상화폐 시세에 투자를 신중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21일 1400만원을 돌파했으나 하락을 거듭해 23일에는 110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뉴욕증시, 규제신중론 등의 악재의 실체가 다소 분명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무엇이 악재로 작용했는지 업계에서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CNBC는 "이번 가격 하락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며 "다만 최근의 가상화폐 하락장 속에서 구매한 이들이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으며 가격이 조정된 것 같다"고 내다봤다.